여야는 그간 외제차 탈세를 사실상 허용한다는 비판을 받던 ‘업무용 차량 구입비’에 대한 경비처리를 연 800만원으로 제한하기로 29일 잠정 합의했다. 정부가 당초 제출한 감가상각비인 연 1000만원보다 낮춘 것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산하 조세소위원회 위원장인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과 야당 측 대표인 새정치민주연합 김관영 의원은 이날 합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밝혔다.
여야는 이번 ‘법인세법’ 개정안과 관련, 업무용 차량 과세방식을 경비처리 인정 한도 연 1000만원으로 규정한 수정안을 고쳐 연간 800만원씩의 경비로 부담하도록 했다.
당초 기재부는 수정안을 통해 임직원 책임보험에 가입한 업무용 차량의 구입·유지비에 50%의 업무인정 비율을 적용해 경비처리를 허용했다. 또 나머지 50%는 운행일지 상 업무용 사용 비율을 따져 추가 경비로 인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여야는 고가의 외제차에 지나친 혜택을 준다고 지적했다.
이번 잠정합의에 따라 업무용 차량은 잔존가치가 0원이 될 때까지 연간 800만원씩 경비로 털어내게 된다. 중고차로 팔 경우 잔존가치와 판매가액의 차액을 경비로 처리한다. 또 연간 감가상각비와 운영·유지비(기름값, 보험료 등)를 합쳐 1000만원 이하면 업무용으로 사용했다는 증빙 자료가 없어도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
아울러 부모 집에 사는 무주택 자녀의 주택 상속세를 깎아주는 공제율도 애초 합의된 것으로 알려졌던 100%보다 다소 낮추는 수준으로 정해질 전망이다. 자녀가 부모와 10년 함께 산 ‘동거 주택’에 40%의 상속공제율을 5억원까지 인정하던 것을 공제율 100%로 올리려던 것도 지나친 세금 혜택이라는 지적을 반영해 60∼80%로 축소될 전망이다.
논란이 된 ‘종교인 과세’에 대해선 뚜렷한 결론 없이 다음 달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된다. 내년 총선을 앞둔 만큼 이번에도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관세법 개정안 가운데 대기업 면세점의 특허수수료율을 인상하는 내용, 독과점 업체에 특허 부여를 금지하는 내용은 정부 태스크포스(TF)의 면세점 사업 개선안 발표 뒤로 보류됐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관련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합의가 불발됐다. 이에 따라 가입 자격에 소득 제한을 두지 않으면서 연간 2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주는 정부안이 본회의에 상정된다. 여당은 비과세 혜택을 300만원으로 늘리자고 주장했으나 야당의 ‘부자 혜택’ 주장에 가로막혔고, 야당은 가입 자격을 연소득 5500만∼7000만원으로 제안했으나 제도 도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들어 여당이 반대했다.
다만, 조특법 개정안 가운데 소규모 사업체의 법인 대표 소득이 총급여 7000만원 이하인 경우 근로소득에서도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게 하는 내용은 이날 잠정 합의됐다.
기재위는 30일 조세소위와 전체회의를 열어 이날 합의 사항을 의결할 예정이다. 합의되지 못한 세법 개정안은 예산안 부수법안에 묶여 상정되며, 이들 법안에 대한 수정안도 여야 원내대표의 합의를 거쳐 함께 상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