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험금 지급 문제를 놓고 보험사와 계약자 간에 공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재해사망보험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자살보험금 지급 문제를 놓고 보험사와 계약자 간에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부산고등법원 창원제1민사부(재판장 이영진)는 최근 ING생명보험이 김모씨 등을 상대로 제기한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채무 부존재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피고인 김씨의 남편인 서모씨는 2007년 ING생명의 1억원짜리 '무배당 종신보험 표준형'에 가입하면서 일반 사망보험금 외에 재해분류표에서 정한 재해로 사망하면 2억원을 별도로 주는 특약을 들었다.
서씨는 2014년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은 유서가 발견된 점을 들어 그가 자살한 것으로 보고 사건을 종결했다.
피고인 측은 일반사망보험금 1억원과 재해사망보험금 2억원을 청구했으나 ING생명이 주계약에 따른 1억원만 지급하고 재해특약에 따른 2억원 지급을 거부해 소송으로 이어졌다.
양측의 쟁점은 특약의 약관에 있다.
약관은 피해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다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명시하면서 '정신질환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와 특약 보장개시일로부터 2년이 지난 뒤에 자살한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단서를 붙여 놓았다.
이는 대부분 생명보험사들이 2010년 4월 이전 판매한 상품의 약관에 포함된 내용으로, 일반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약관과 같은 내용이다.
생보사들은 이에 대해 "2010년 표준약관을 개정하기 전에 실수로 포함된 것"이라며 자살을 재해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이유로 재해보험금 지급을 거부해 왔다.
그러나 가입자와 소비자단체들은 약관이 잘못됐더라도 작성자인 보험사가 잘못한 것이므로 약관대로 보험금을 줘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올해 2월 서울중앙지법은 비슷한 사례의 가입자가 삼성생명[032830]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특약에 따른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은 "특약 가입자들이 이 약관을 보고 자살시 재해사망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다고 인식하거나 동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특약을 무효로 돌리는 것은 고객에게 불리해 수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이번 소송에서 재판부는 "자살이 재해사망특약에 의해 보험사고로 처리되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특약 체결시 기본적으로 전제하고 있던 사항"이라고 반대 해석을 내놓았다.
재판부는 "재해사망특약의 면책제한조항은 특약 약관의 취지와 쌍방의 의사, 약관의 제정 경위 등에 비춰 '잘못된 표시'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며 "따라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은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도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9부는 교보생명과 가입자 간에 제기된 자살보험금 소송에서 같은 취지의 해석을 하며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