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는 현대건설은 지난해 현 이종수 사장이 취임하면서 고품격 주택을 모토로 한 새 아파트 브랜드 '힐스테이트'를 선보이는 등 그간 정체됐던 회사 분위기에 활력을 부여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힐스테이트가 첫 적용된 분양물량인 서울 성동구 성수동 구 KT부지 성수 현대힐스테이트가 당시까지 역대 최고가 분양가를 책정했음에도 최고 316.1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성공적으로 분양을 마쳤고, 새해들어서도 인수가격이 역대 M&A 시장 최대인 7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등 사내 분위기도 크게 진작되고 있는 상태였다.
또한 이종수 현대건설 사장은 한국주택협회 비상근 부회장에 취임하는 등 현대건설 CEO로선 실로 오랫만에 사외활동에도 참여하면서 상처입은 건설명가 이미지를 되찾기 위한 현대건설의 열망이 차츰 고조되고 있었다.
우선 첫 악재는 이 달 초 터져나왔다. 서울 지방 국세청이 실시한 고소득 연예인 세무조사에서 힐스테이트 전담 모델인 탤런트 고소영씨가 탈세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는 소식이 터진 것. 고 씨는 고급스러보이는 외모로 역시 고품격 아파트 브랜드를 지향하는 힐스테이트 모델에 가장 적절한 모델이란 평을 들은 바 있다.
하지만 이에 따라 현대건설은 야심차게 런칭한 새 브랜드 모델을 바꿔야할지 고심하게 됐다. 이 경우 이제 정착하고 있는 새 브랜드 이미지에 일정부분 타격이 불가피한 상태다.
두 번째 악재는 더욱 안좋은 것. 지난 9일 한나라당 김태환 의원은 현대건설의 부활 신호탄이라 말할 수 있는 성수 현대 힐스테이트 개발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성동구청이 지난 2005년 9월 조건부 승인한 서울숲 힐스테이트 아파트 개발 사업을 위해 현 정권의 실세가 압력을 행사해 주변에 있는 경찰청 기마대 소유의 땅을 팔게 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 의원은 이 속에서 감사원이 개입한 정황이 있다고 설명하며, 성수 현대 힐스테이트 개발을 재,정,관이 합작한 특혜라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현대건설로선 성수 현대 힐스테이트는 단순 도급 사업인 만큼 특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하더라도 시행자인 KT나 승인권자인 성동구청보다 책임 수위는 낮다. 지난 2002년 한남 현대하이페리온 분양 이후 이렇다할 '대작(大作)'이 없었던 현대건설 입장에선 4년 만에 내세운 '부활 신호탄'인 이 아파트가 문제가 될 경우 상당한 이미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세번째 악재는 더욱 강력하다. 바로 지난 99년 현대건설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분양한 주상복합 아파트 현대슈퍼빌이 분양 계약 당시 분양평수를 평형별로 5~8평을 허위 조작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 18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현대 슈퍼빌과 관련, 서울시에 사용승인 신청을 할 때 제출한 서류와 카탈로그.계약서 등을 비교한 결과 계약서상의 분양면적이 5~7평씩 넓게 기재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는 오랫동안 현대슈퍼빌 계약자들이 제기한 부분. 그럼에도 현대건설은 모르쇠로 일관하다 결국 경찰 수사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가게됐다는 점에서 '건설명가'라 자칭하는 현대건설이 입게될 도덕성 상처는 치명적일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사내 분위기도 침울한 상태다. 1년에 하나가 터져도 시원치 않을 악재가 불과 보름사이에 세건 터졌다는 점에서 이제 두 어 달 후로 예정된 인수 합병을 마치고 재기에 나서야할 회사로서 크나큰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의 한 직원은 "아직 사실로 밝혀지지 않은 것이긴 하지만 악재가 잇따라 터져 회사 분위기도 뒤숭숭하다"면서 "오히려 더 큰 악재가 터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게 사내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