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유안타 증권에 "동양 피해 투자액 20%~80% 배상하라" 판결
동양그룹이 갚을 능력이 없는데도 기업어음(CP)를 발행했다며 소송을 낸 '동양사태' 피해자들에게 20~80%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재판장 오영준 부장판사)는 투자자 장모씨 등 18명이 동양증권을 인수한 유안타증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판결이 확정되면 유안타증권은 1인당 179만∼2500만원씩 총 3846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재판부는 "㈜동양은 동양그룹의 1차 구조조정이 실패한 2013년 8월 20일께 회사채를 발행하더라도 이를 상환할 수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8일 뒤 제268회 회사채를 발행했고, 장씨 등에게 투자를 권유했다"고 지적했다.
갚을 능력과 의사도 없이 회사채를 발행한 행위는 투자자들을 적극적으로 속인 것으로, 법을 어긴 사기로 봐야 한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장씨 등이 이미 투자경험이 있고 △2013년 8~9월께에는 동양그룹에 대해 우려하는 부정적인 신문기사가 이미 다수 게재된 시기였으며 △청약서, 투자설명서, 상품설명 체크리스트, 편입자산 상품설명서 등에 동양그룹과 발행회사의 위험이 자세하게 기재돼 있었던 점 등을 들어 동양 측 손해배상 책임을 손해액의 80%로 제한했다.
그동안 법원은 손해배상 금액을 정확히 산정하기 위해 현재현 회장의 형사사건이 마무리 될 때까지 선고기일을 잡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2013년 2월 22일부터 판매한 CP가 사기라고 판단해 징역 12년을 선고했지만, 2심 재판부는 부도가 날 것을 알면서 발행한 2013년 8월 이후 부분에만 사기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징역 7년으로 형을 감형했다. 민사사건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손해범위를 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재판부는 이날 동양사태 피해사건 5건을 선고할 예정이었지만, 추가로 더 검토할 사항이 있다며 3건의 선고기일을 한 주 뒤인 12월 3일로 연기했다.
한편 이날 선고를 지켜본 동양피해자대책협의회 김희철 대표는 "동양 사옥을 매입할 금액인 5000억이면 동양 레저와 동양인터내셜에 투자해 손해를 입은 피해자들에게 손해를 배상할 수 있다"며 "파산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했고, 어떻게 선고되는지 끝까지 재판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동양은 그룹 구조조정이 사실상 어렵다는 걸 인식하면서도 CP를 발행한 부분이 문제가 돼 현재현 회장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 사실상 변제가 어려울 것을 알면서도 무리하게 CP를 발행한 것은 사기라는 것이다. 현 회장은 2013년 2∼9월 그룹 경영권 유지를 위해 부실 계열사 CP와 회사채를 발행해 판매함으로써 개인투자자 4만여명에게 1조 3000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7년형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