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금융지주가 개인 성과 평가제 도입에 가장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농협금융지주는 부서별 평가 위주의 방식을 개인 평가부분로 확대하는 지표를 개발 중이다. 시중은행 중에선 성과급 도입에 가장 구체적인 단계에 진입한 것이다.
그동안 ’보수적’ 성향이 강했던 농협이 급진적인 성과급 도입에 나설 경우 국책은행을 포함한 전 은행권에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는 19일 ‘NH핀테크혁신센터’ 개소식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개인 성과 부분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노조 반발을 일으킬 수 있는 사안은 협의가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지주 직원 평가에 우선적으로 도입을 검토한 후 계열사 전체로 확산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농협금융지주는 호봉제와 성과제를 결합한 방식으로 다른 금융지주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지점의 경우 각 지역 특성과 기존 성과에 비례하는 목표 달성치를 할당받고 이를 성과에 반영한다. 본부의 경우에는 부서에 따라 성과 목표를 부여받고 이를 반영한다.
김 회장은 “개인평가 지표는 연구하는 단계로 쉽지는 않다”며 “굉장히 세심한 평가 지표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 회장의 이런 개인 평가 지표 개발은 도입 근거를 구체화한다는 점에서 은행권 중 가장 빠른 행보로 볼 수 있다.
김 회장은 최근 연말 임원 인사에서도 성과 분석에 따른 평가 방침을 강력하게 천명했다.
김 회장은 “성과 중심의 인사를 반드시 실시해 향후 인사 운용의 시금석으로 삼겠다”며 “성과중심의 인사와 조직문화를 농협금융에 정착시키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취임 이후 성장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시각에 대한 특단의 조치다.
이 때문에 농협은행장을 비롯해 곧 임기가 끝나는 계열사 임원들의 인사도 대폭일 것이라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김주하 농협은행장은 연말에 임기가 끝난다. 최상록 수석부행장과 이종훈·김광훈·신승진 부행장 등 5명의 고위 임원들의 임기가 올해 말로 만료된다.
이 밖에 김학현 농협손해보험 대표가 내년 1월말, 김승희 NH저축은행 대표가 내년 6월말 인사가 돌아온다.
김 회장이 농협에 성과주의 문화를 뿌리내리려는 행보에 대해 농협중앙회 노조는 차분하게 대응 중이다. 농협 노조 한 관계자는 “어떤 사안이든 경영진과 논의를 통한 해결을 기본원칙으로 삼고 있다”며 “정밀한 개인 평가 지표 도입도 논의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비교적 정부 의지가 높게 반영되는 농협뿐 아니라 IBK기업은행·KDB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에서도 개인 성과 평가 도입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기업은행의 경우 최근 정부가 시범적으로 성과주의 평가제 도입을 검토한다고 전해지자 노조의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현재 국책은행들은 다른 은행들과 임금체계의 차이가 없다. 기업은행의 임금체계는 시중은행과 비슷하다. 부서장급 이상의 경우 성과 연봉제가 적용되며, 팀장급 이하는 호봉제(기본연봉)에 성과에 따라 추가로 급여가 지급되는 방식이다.
수출입은행도 사무직원을 제외한 직원에 대해 연봉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시중은행의 ‘호봉제+성과제’ 혼합형과 별반 다를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