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진짜 ‘연봉왕’은 누구인지 아무도 모른다. 등기임원 연봉 공개가 법률로 의무화되면서 등기임원직을 슬그머니 내려놓고 비등기 임원으로 전환한 임원이 많기 때문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작년 2월 (주)한화와 한화케미칼 등 4개 계열사의 등기임원직을 사임했고, 작년 3월에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현대제철 등기임원에서 내려왔다. 삼성의 경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만 유일하게 등기임원으로 등재돼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은 미등기임원이다. 최태원 SK회장은 수감 중이던 2014년 2월 횡령혐의로 실형이 확정되자 계열사 등기이사직에서 모두 물러났다.
등기임원과 비등기임원은 이사회 참여 권한 유무로 구분된다. 등기임원의 연봉공개를 법률로 의무화한 것은 이사회에 참여해 경영활동을 펼치는 임원의 책임경영과 더불어 주주의 감시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들이 등기임원에서 내려왔다고 해서 조직에 대한 영향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재벌의 특성상 오너의 결정은 지배구조 말단에 있는 비상장사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2013년 11월 등기임원 보수 공개 의무화 이후 30대 재벌그룹 총수들은 평균적으로 계열사 3곳 중 1곳의 등기임원직을 내놓았다. 특히 30대 재벌그룹 중 삼성을 비롯해 SK, 현대중공업, 한화, 두산, 신세계, LS, 대림, 미래에셋 등 9개 그룹의 총수는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계열사가 없다. 1년에 4회, 의무적으로 하는 상장사 등기임원 연봉공개의 진짜 취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