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누구를 위한 '악마의 편집'인가? [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5-11-18 07:08 수정 2015-11-19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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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K7’ 참가자 신예영(출처=엠넷 ‘슈퍼스타K7’ 방송화면 캡처, 신예영 페이스북 )
▲‘슈퍼스타K7’ 참가자 신예영(출처=엠넷 ‘슈퍼스타K7’ 방송화면 캡처, 신예영 페이스북 )
“영웅을 만드는 것은 미디어다!” 영화 ‘리틀 빅 히어로 (원제: Hero)’의 버니(더스틴 호프만 분)의 대사였다. 강간당한 여성과 인터뷰를 하면서 눈물 흘리는 장면까지 조작한 영화 ‘브로드캐스트 뉴스(Broadcast News)’의 앵커 탐(윌리엄 허트) 모습이었다. 그리고 2014년 3월 5일 “엄마 아빠 미안해. 나 너무 힘들어. 살고 싶은 생각도 이제 없어. 계속 눈물이 나. 버라이어티 한 내 인생 여기서 끝내고 싶어”라는 짤막한 유서를 남긴 채 SBS 리얼리티 프로그램 ‘짝’ 촬영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29세의 전 모 씨였다.

“방송에 비친 저의 모습은 거의 만들어진 콘셉트다. 심사 때 부를 곡이나 인터뷰 같은 것에 100% 제 의지가 반영되지 않았다. 보통은 작가, PD가 시키는 대로 한다.” 케이블 TV 엠넷 ‘슈퍼스타K7’제작진의 왜곡된 ‘악마의 편집’으로 수많은 사람의 근거 없는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신예영(25)씨 SNS의 글을 읽고 난 뒤 떠오른 것들이다.

극적인 감동으로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비행기 사고 현장에 없었던 넝마주이 노숙자를 죽음을 무릅쓰고 사고 비행기 승객을 구한 영웅으로 연출한 TV 방송사 기자, 시청자를 잡기 위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조작한 뉴스 앵커, 자극적인 편집 논란으로 비난을 받았던 리얼리티 프로그램 촬영 도중 자살한 전 모 씨. 이들은 지난 2009년 시작된 이후 올해까지 7번째 시즌 동안 자극적이고 왜곡된 영상을 배치하는 편집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끄는 동시에 비판을 받은 ‘슈퍼스타K’의 ‘악마 편집’ 피해자라고 주장한 신예영 씨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가장 진실해야 할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실체와 본질을 왜곡하는 악마의 편집을 서슴지 않고, 사실을 전달하는 뉴스에서조차 기자의 기사 선택과 가치판단, 회사의 입장이 가미되며 현실 변형이 일어나고, 날 것(Reality) 그대로를 보여준다는 리얼리티 프로그램마저 자극성과 선정성으로 얼룩진 인위의 것을 보여주고 있다. TV에서 전개되는 재구성의 상황이다.

‘슈퍼스타K’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슈퍼맨이 돌아왔다’ ‘진짜 사나이’같은 관찰 예능, ‘짝’같은 리얼리티 프로그램, 심지어 다큐멘터리까지 각종 TV 프로그램은 현실을 재구성한 상징의 재현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 상징의 재현을 시청자는 현실과 사실이라고 강력하게 믿는다. TV 프로그램은 연출과 편집이라는 고도의 인위성이 가미된 현실이 아닌 현실의 재구성이다.

사실을 전달한다고 믿고 있는 뉴스 프로그램마저 그렇다. 미디어 사회학자 게이 터크만(Gaye Tuchman)이‘메이킹 뉴스(Making News)’에서 주장하듯 뉴스는 현실의 사건을 선택, 가공, 편집해 수용자에게 현실을 바라보는 하나의 프레임(frame‧ 틀)을 제공한다. 기자 또는 언론사에 의해 수집된 정보와 이슈는 사회적 규범과 가치, 뉴스조직의 압력, 이익집단의 영향력, 보도국 또는 회사의 이데올로기적·정치적 성향에 따라 틀 짓기를 하는 것이다. 뉴스의 틀 짓기 과정은 특정한 의도나 목적을 위한 것이기에 사실을 왜곡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오디션,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은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서 촬영, 구성과 편집을 통해 조작적 스토리텔링과 선정성과 자극성, 폭력성을 확대재생산 하며 인간성 파괴의 무한 경쟁을 펼친다. 시청자를 잡을 수 있다면 출연자의 인권과 인격, 진심, 진실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더 높은 시청률을 위해서 출연자의 아픔과 상처, 슬픔, 그리고 가난과 장애마저 아무렇지 않게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한다.

“방송에 비친 저의 모습은 거의 만들어진 콘셉트며 저는 악마 편집의 피해자”라는 신예영 씨의 항변은 시청률을 위해서는 악마의 편집도 서슴지 않는 TV의 추잡한 민낯을 여실히 보여준다. 누구를 위한 악마의 편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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