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테러' 메신저·소셜미디어·언론에 잇따른 오보·헛소문

입력 2015-11-17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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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연쇄 테러 사건에 관해 메신저와 소셜 미디어 등에 퍼진 얘기들 중 헛소문이 꽤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런 내용을 국내외 언론매체들이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섣불리 보도해 오보를 낸 사례도 종종 있어 독자들의 주의가 요망된다.

◇포토샵으로 조작한 '테러범 사진' = 파리 테러 사건 후 소셜 미디어와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통해 '테러범 사진'이라는 것이 한동안 나돌았다.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청년이 반소매 티셔츠와 방탄조끼를 입고 꾸란을 들고 있는 사진이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에서는 이번 사건 용의자에 관한 신문·방송 보도에 이 사진이 사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사진은 포토샵으로 조작된 가짜다. 조작되지 않은 원본은 베어렌더 유발(Veerender Jubbal)이라는 캐나다 청년이 아이패드를 들고 욕실 거울을 통해 찍은 사진이다. 그는 무슬림이 아니라 시크교인이다.

작년에 벌어진 게이머들 사이의 온라인 다툼을 계기로 유발에게 앙심을 품은 사람들이 조작된 사진을 트위터로 전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짜 사진은 반(反)이슬람 감정이 강한 기독교 커뮤니티 등을 통해서도 널리 퍼졌다.

◇'우버 요금 할증' 소문은 거짓 = 테러 공격 직후 유사 콜택시 업체 우버가 400% 요금 할증을 했다거나 서비스를 중단했다는 얘기도 트위터 등에 돌았다.

특히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등 일부 언론매체들은 이런 내용을 보도하면서 당시 파리의 정규 택시기사들이 요금 미터기를 내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승객들을 무료로 태워 줬다며 우버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우버가 요금 할증을 하거나 서비스를 중단하지는 않았다.

우버는 사건 발생 30분 내에 파리 지역의 요금 변동 기능을 없애 할증을 차단했으며, 고객들에게 비상 사태가 발생했으니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이동을 하지 말아 달라는 경찰의 요청을 알리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헛소문이 돈 것은 2012년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 뉴욕을 덮쳤을 때와 2014년 호주 시드니에서 인질극이 발생했을 때 대폭 할증된 요금을 받아 비난을 받았던 우버의 전력 탓인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사건 직후 우버를 부른 일부 승객들이 할증 요금 안내를 실제로 받았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엉뚱한 시간·장소의 '잘못된 사진들' 많아 = 파리 테러나 그에 대한 세계 각국의 반응에 관해 퍼져 나가는 사진들 중에도 잘못된 것이 많이 있다.

실제로는 엉뚱한 시기나 장소의 사진인데 11월 13일 발생한 파리 테러에 관한 것으로 잘못 알려진 경우다.

파리 시민들이 야간에 시위를 벌이면서 '겁나지 않는다'(NOT AFRAID)라는 글이 쓰인 패널을 들고 있는 사진은 올해 1월 샤를리 엡도 테러 사건 후의 시민 시위 장면을 담은 것이다.

또 미국 록밴드 '이글스 오브 데스 메탈'이 테러가 발생한 13일 밤 파리의 바타클랑 극장에서 공연 중일 때의 사진인 것처럼 알려진 사진도 실은 당시의 사진이 아니다.

문제의 사진은 이 밴드가 10일 밤에 더블린의 올림피아 극장에서 공연하는 장면을 찍은 것으로, 테러 발생 이틀 전인 11일 이 밴드의 공식 트위터에 올라왔다.

언론매체들과 소셜 미디어 사용자들이 테러 사건 직후 이 밴드의 소식을 전하는 과정에서 이 사진을 쓰면서 혼동이 빚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또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청-백-적 삼색으로 빛나는 사진은 13일 테러 직후가 아니라 이틀 전인 11일 미국 '재향군인의 날' 모습이다. 평소에는 하얀 조명으로 빛나는 이 건물은 파리 테러 당일인 13일 밤 10시에 조명을 모두 꺼서 애도의 뜻을 나타냈다..

◇ 트럼프 10개월 전 트윗에 프랑스 대사 맹비난 = 미국 공화당 대통령후보 지명전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가 올해 1월 샤를리 엡도 테러 직후에 올렸던 트윗이 10개월만에 새로 주목을 받으며 오해를 사기도 했다.

당시 트럼프는 "파리의 비극이 세계에서 가장 총기 규제가 까다로운 나라들 중 하나에서 발생했다는 것이 흥미롭지 않은가?"라는 트윗을 올렸다.

이 트윗을 읽은 미국 주재 프랑스 대사인 제라르 아로는 트위터를 통해 "이 메시지(트럼프의 트윗)는 인간의 염치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혐오스러운 것"이라며 '남의 불행을 이용해 먹는 자'라는 강한 비난의 표현인 '벌처'(Vulture)라는 단어를 사용해 트럼프를 강하게 비판했다.

아로는 트럼프의 트윗이 10개월 전에 작성됐다는 점을 깨닫지 못하고 트윗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아로와 트럼프의 트윗은 둘 다 지금은 삭제됐다.

트럼프는 "이번 테러의 희생자들과 인질들을 위해 기도한다"는 내용의 트윗을 새로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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