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권을 잃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잠실점)과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 직원들이 고용 불안에 떨고 있다. 새로운 사업자 두산과 신세계는 기존 직원들의 고용승계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사실상 100% 옮겨가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는 롯데 소속으로 일하는 정규직 직원, 입점 브랜드 직원 등 1300여명이 근무를 하고 있다. 워커힐은 소속직원 등 900여명이 근무중이다.
워커힐면세점은 이날 특허권이 만료되고, 월드타워점은 오는 12월 31일 끝난다. 이들은 특허 만료일부터 관세청의 임시 허가를 받아 최장 6개월까지 영업기간을 연장하면서 소속 직원들의 고용 승계 문제를 해결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15일 기자들과 만나 “면세점 고용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며 승계에 가장 중점을 두고 일을 진행할 의사를 내비쳤다. 이를 근거로 추측할 때 롯데 정규직 직원들은 월드타워점에서 다른 그룹 계열사로의 이동이 향후 6개월 동안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는 월드타워점 직원들을 소공정과 코엑스점에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소공점과 코엑스점의 매장 확장이 필수다. 매장을 늘리려면 정부의 허가가 필요한 상황이다.
상담센터 직원, 매장 입점브랜드에서 고용한 계약직 직원들은 면세점 특허권을 따낸 두산과의 협의를 통해 고용승계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두산의 동현수 사장도 기자간담회를 통해 “만일 어떤 면세점이 문을 닫게 되면 그쪽에서 일하시던 분들을 적극적으로 흡수할 의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SK네트웍스의 고민은 더 크다. 면세 사업 자체를 잃으면서 매장 인원은 물론 면세 사업을 관리하던 직원들의 일도 사라졌다. SK네트웍스는 소속 직원들의 일자리 보전을 연구중이며, 신세계와의 고용승계 작업을 통해 계약직 직원들의 고용승계는 해결할 방침이다.
성영목 신세계디에프(DF) 대표도 “신세계가 월마트를 인수할 때에도 100% 고용을 승계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라며 “면세사업을 계속 확대하기 위해 스카우트도 하는 마당에 잘 숙달된 인력을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두산과 신세계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기존의 고용승계 방침이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두 업체가 의지를 갖고 고용을 승계하더라도 일부 일자리를 잃는 사람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입점 브랜드의 종류와 숫자가 다르고 용역 업체와의 계약 조건 역시 고용승계의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면세점에 입점했던 브랜드가 전부 신규 면세점에 매장을 내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사업권을 이어받을 두산의 경우 면적은 월드타워점보다 크지만 입점 예정 브랜드는 370여개로 월드타워점(450여개)보다 다소 적고, 5년 뒤까지 입점 브랜드의 50%를 국내 제품으로 채울 계획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지난해 김해공항점이 문을 닫으면서 직원 390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히 월드타워점이 450여개 브랜드를 갖춘 대형 매장인 점을 고려하면 새 사업자의 의지가 있더라도 100% 고용승계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월드타워점과 워커힐에서 근무하던 직원들 100%가 옮겨갈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