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Media Is Not Real Life!” 한 소녀의 눈물 어린 절규와 전문가들이 최근 출간한 트렌드 전망 관련 서적에서 2016년 주요 트렌드로 예상한 ‘있어빌리티’. 눈길을 끈다. 시선 견인의 이유는 공감과 우려다.
지난 2일 유튜브에 하나의 동영상이 올랐다. 미국 CNN, 영국 BBC 등 외국 언론뿐만 아니라 국내 대중 매체들도 앞다퉈 이 동영상을 보도했다. 동영상 주인공은 19세의 호주 출신 모델 에세나 오닐(Essena O’neil). 그녀는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80만 명, 유튜브 구독자가 27만 명 등 SNS에선 유명 스타다.
그녀는“SNS 속에 펼쳐진 내 삶은 거짓이었다”등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준 SNS에 대해 충격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그녀는 “완벽한 피부와 몸매, 내 자신이 얼마나 멋진지를 보여주려고 거짓말을 해왔다. 패션업체로부터 돈을 받고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며 “팔로워가 늘어나고 ‘좋아요’수가 많아질 때마다 더 많은 관심을 받기 원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SNS에 매몰되면서 자신의 진정한 삶보다는 보여 주기 위한 거짓의 삶을 살게 됐고 인생을 소모하게 됐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소셜미디어와 팔로워 없이도 아름다울 수 있다. 화려한 화장, 긴 금발 머리가 없다고 해서 그 사람이 별로인 것은 아니다. 우리는 개성과 사랑, 그 자체다”며 인스타그램에 올린 2000여 장의 사진 등을 모두 삭제했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계정을 중단하고 대신 “소셜 미디어는 허상이다”라는 글을 남겼다.
오닐의 고백이 유의미한 충격을 주는 가운데 2016년 병신년(丙申)에 유행할 트렌드를 전망하는 서적들이 쏟아져 나왔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와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진이 집필한‘트렌드 코리아 2016’에서 꼽은 10대 트렌드 중 하나가 SNS 등 온라인상에서 그럴싸하게 보이고 싶은‘있어빌리티’(All’s Well That Trends Well)다. 오닐의 고백처럼 남에게 관심을 끌기 위해 ‘있어 보이게 하고 싶은 것’이 2016년 새해에 유행할 트렌드로 꼽힌 것이다.
SNS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생활 전반에 걸쳐 긍정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폐해도 초래했다. 폐해 중 하나가 바로 인터넷과 SNS에서 과도한 인정투쟁을 벌이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삶보다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 과시하는 삶을 살면서 오닐처럼 개인의 정체성도, 진정한 행복도 잃어간다.
일반인은 인터넷과 SNS 등장 이전에는 다수의 인정을 받기 위한 수단이 미미했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대중문화의 겉과 속’에서 적시했듯 인정투쟁의 주요수단인 미디어는 연예인, 정치인 등 엘리트의 독무대였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SNS는 일반인도 불특정 다수에게 주목받는 기회를 제공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SNS 등에서 더 많은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허상의 과시를 일삼고 있다. 하지만 실제와 보여주기 위한 허상의 간극으로 인한 부작용은 범죄에서부터 자살까지 엄청나다.
사회학자인 미국MIT 교수인 셰리 터클(Sherry Turkle)이‘외로워지는 사람들: 테크놀러지가 인간관계를 조정한다(원제:Alone Together)’에서 지적했듯 SNS는“제 삶이 거기에 올라가 있다는 느낌이 좋아요…만일 페이스 북에 삭제된다면, 저도 삭제될 거 에요”라며 온종일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리고‘좋아요’를 더 받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미국 고교생 오드리 같은 사람을 양산하고 있다.
하지만 ‘좋아요’를 많이 받고 싶고 많은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실제가 아닌 거짓의 삶을 사는 사람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 보여주는 삶은 자신의 진정한 삶이 아니기 때문이다.
SNS의 폐해에서 벗어나는 길은 오닐의 다짐과 각오에서 찾을 수 있다. 오닐은 “환경오염, 인종차별 등을 개선하는 등 긍정적인 사회 변화에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남이 인정해주는 삶보다는 내가 행복한 진실한 삶을 살겠다”는 각오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