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사들이 자체적으로 자금 유동성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최근 한일월드 및 폭스바겐 사태 등으로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 시장이 얼어붙자 금감원이 사전 대응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10일 금융당국 및 캐피탈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국내 캐피탈사들에 보유중인 가용 유동성현황(현금ㆍ은행크레딧라인)을 점검하고 보고하라는 공문을 전달했다.
이에 캐피탈사들은 자금조달과 관련한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금감원이 캐피탈사들의 유동성을 사전에 점검하는 이유는 여전채 시장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까지만해도 여전채는 채권시장에서 인기 상품으로 통했다. 초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스프레드 확대로 인해 여전채의 가격 메리트가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BNK캐피탈 사태와 함께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사실이 들어나면서 여전채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국채금리와의 차이를 뜻하는 여전채의 신용 스프레드는 지난 8월까지 22bp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연이어 악재가 터지자 신용 스프레드가 9월 초 25bp를 훌쩍 넘긴 뒤 단숨에 30bp선까지 치고 올라갔다. 9월 한달 간 AA- 3년물 여전채의 스프레드는 19.7bp나 확대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어 캐피탈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며 “최근 한일월드 사태 등으로 인해 여전채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어 사전 대응차원에서 지시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이 캐피탈사들의 유동성을 사전 점검하고 나섰지만 아직까지 캐피탈사들은 여유가 있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손충당금 등을 충분히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중소형 캐피탈사들의 경우에는 자금조달이 당분간 쉽지 않아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A캐피탈사 관계자는 “여전채 시장이 위축되기는 했지만 대형 캐피탈사들의 경우 높은 신용등급과 리스크 관리 능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장기간 외면받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중소형 캐피탈사들은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면 자산 규모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