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청년에게 ‘진짜 희망’을 선사하자

입력 2015-11-05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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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청년 일자리 부족 문제는 현재 세계 각국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이다. 최근 국제노동기구(ILO)가 웹사이트에 공개한 ‘2015년 세계 청년 고용 트렌드(Global Employment Trends for Youth)’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세계 청년 실업률은 13%(약 7330만명)에 이른다. 아직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수준(11.7%)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우리나라가 속한 동아시아 지역(10.6%)에 이어 남미와 중동이 각각 13.4%, 28.2%를 기록했으며, 유럽연합(EU) 소속 국가 중 3분의 2 역시 20%가 넘는 청년 실업률을 기록했다.

일자리 문제는 일차적으로 개인의 생계와 직결되며, 나아가서는 경제 발전 및 사회 시스템의 안정과도 연결되는 이슈다. 정부 정책에서도 항상 최우선 순위에 놓인다. 다행히 청년 실업 해결을 위해 우리 사회 각 주체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우선 17개 시·도에 만들어진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대기업들이 벤처 스타트업과 청년 창업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들은 해당 지역에서 신규 채용을 통해 고급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청년 일자리 창출용 사업에 쓰일 청년희망펀드에 수백억 원의 민간 재원이 몰리고, 많은 공기업들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전격 결정함으로써 향후 수천 개의 신규 일자리 창출 성과도 예상된다.

앞서 언급한 시도들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이어진다면 앞으로 청년 일자리 전망은 분명 밝아질 것이다. 하지만 일자리 부족이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세계 경기 침체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기초 체력을 키우는 보다 근본적 해결책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즉 민간 기업 부문의 체질을 개선하고 성장시켜서 우리 경제의 잠재 고용 여력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좋은 기업 하나가 성장할 때, 고용 창출과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파급효과는 매우 크다. 미국의 민간 우주항공기 제조사 스페이스 엑스를 보자. 이 회사는 로켓 제작과 발사에 필요한 부품의 80~90%를 자체 제작한다. 덕분에 스페이스 엑스는 본사가 있는 캘리포니아주에서만 6000명 이상을 고용한다.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는 미국 네바다주에 세계 최대 규모의 리튬이온 배터리 공장인 ‘기가 팩토리’를 건설 중이다. 내년 말 양산이 시작되면 5000개 이상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다.

국내에도 스페이스 엑스나 테슬라처럼 고용 창출에 노력을 기울이는 기업이 많다. 대기업만큼 이름이 알려져 있거나 매출 규모가 크진 않지만 훌륭한 기술을 바탕으로 각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중소ㆍ중견기업들로, 소위 ‘한국형 히든챔피언’들이다. 이들이 오는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2015 리딩코리아 잡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대규모 채용 박람회를 개최한다.

지난해의 경우 4000여 명의 구직자가 참여해 이 중 420여 명(신입 및 경력사원 포함)이 실제 구직에 성공하는 등 꽤 높은 채용 성공률을 기록했다. 올해는 월드클래스300 기업 중 채용 계획이 있는 한국콜마ㆍ경동나비엔ㆍ마이다스아이티ㆍ루트로닉 등 75개사가 참가한다. 특히 올해는 대학생 아이디어 경진대회도 함께 열린다. 기업은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와 연관된 과제를 제시하고 멘토링해주며, 우수한 아이디어 제안자에게는 입사 지원 시 서류전형 면제나 가산점, 인턴 기회 제공 등의 특전을 부여할 예정이어서 실제 해당 기업의 취업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더 높아진 셈이다.

기업 활동이 활발해지면 좋은 일자리가 많아진다. 따라서 필자는 많은 기업을 건강하게 키우고 고용 여력을 늘리는 일이야말로 어른들이 이 시대 청춘들에게 안겨 줄 수 있는 ‘진짜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가업 승계를 원활히 할 수 있는 제도적ㆍ법적 기반을 확충해 고용을 유지하고 늘려 나가는 ‘명문 장수기업’을 확대해 가는 것도 희망의 연장이며 진짜 기업의 사회적 책무라고 생각한다. 이번 행사는 구직자는 물론이고, 인재 찾기에 목말라하는 기업에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우량 기업과 우수 인재가 한데 모이는 즐거운 만남의 장에 올해도 많은 분들이 참가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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