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발생한 '신용카드 개인정보 유출사건'이 법규정의 모호성을 이유로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가지 못하고 공전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김동아 부장판사)는 3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농협은행, KB국민카드, 롯데카드에 대한 4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이미 세 차례 열린 준비기일은 이날도 마무리하지 못한 채 한 차례 더 기일을 예고했다.
지난해 1월 세상에 알려진 개인정보 유출사건은 사건 발생 1년 6개월이 지난 7월에야 첫 기일이 잡혔다. 하지만 피해규모만 해도 수천만건에 이르는 등 사건에 대해 정확한 파악이 안 된다는 이유로 아직까지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가지 못했다.
재판부는 이날 검찰과 변호인에게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의 해석 상 문제를 들어 의견을 제출해달라고 말했다. 신용정보 관련자를 누구까지 포함시킬지 정해야 본격적인 재판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신용정보법 제42조에 나오는 '신용정보회사 등'에 법인, 임직원까지 포함되는 것인지 등에 대한 의견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고객정보 유출 범위에 대해서도 특정해달라는 재판부의 지적에 검찰은 "회원이 아닌데도 홍보를 위해 수집한 개인정보를 제외하기 위해 일일이 확인하려면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이어 "카드사 측에서 건수를 문제 삼는데 개인 간 소송이라면 모를까 몇 천건에 이르는 피해사실은 혐의를 입증하는데 크게 문제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최대한 근사치라도 제출해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변호인은 "지난 기일 공소사실을 확인하면서 (검찰에) 과실범으로 기소한 게 맞는지 여부, 카드사의 주의의무 위반사실이 산만해 특정되지 않는 문제 등이 거론됐는데 빠른 답변을 듣지 못했다"며 재판절차 지연에 대한 책임을 검찰에 돌리기도 했다.
5차 공판준비기일로 열리는 다음 기일은 다음달 8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카드3사는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관리소홀로 대규모 고객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회사들의 신용카드부정사용예방시스템(FDS)개발 작업 과정에서 용역업체 직원은 농협 7201만 건, 국민카드 5378만 건, 롯데카드 2689만 건의 고객 이름과 주민번호, 휴대전화 번호, 신용카드 번호 등을 빼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