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내년도 국회 예산 심사과정에서 국회예산정책처의 예산을 의결하지 않으면서 정부·여당과 예산처 간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추경사업 분석, 세법 개정안의 세수 효과에 이어 역사교과서 국정화 예산 등 사안마다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예산처를 정부와 여당이 예산 심사를 통해 길들이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3일 국회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예산처 예산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는 이유로 예신처의 내년도 예산 의결에 반대했다.
새누리당이 예산처 예산에 이례적으로 제동을 걸면서 정부, 여당과 예산처의 불편한 관계가 이번 예산 심사과정에서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예산처는 경제 사안마다 정부와 다른 태도를 보이면서 감정 싸움으로까지 이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가 올해 추진한 추가경정예산을 두고 예산처는 추경 세부사업 중 45건이 문제가 있는 등 부실 추경이라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는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예산처가 지적한 사항들은 대부분 큰 의미가 없는 사항이거나 사실을 호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오히려 “(예산처가) 부실이나 졸속을 지적해야 한다는 도그마에 빠져 있었던 것 아니냐”라며 “검토 자체가 부실한 것 아니냐는 생각도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예산처도 이튿날 재반박 자료를 통해 “소관 집행부처와 긴밀히 협의하면서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응수했다.
세법 개정안의 세수 효과에 대해서도 예신처는 정부가 예측한 세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향후 5년간 약 5조7000억원의 세수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한 반면 예산처는 약 3조9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예산처와 정부·여당 간의 갈등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예산을 두고 격화됐다. 예산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예산에 대해 6억5000만원이라고 추정한 것을 두고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현실과 동떨어진 근거”라고 비판했다.
일부에서는 이같이 예산처가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국회의 본질적 기능에 충실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전문가는 “나라 살림에 대해 객관적인 목소리를 내는 전문성 있는 견제 기구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