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훈 카카오 대표(36)가 취임 후 마련된 첫 데뷔식에서 카카오를 이끌게 된 것을 ‘숙명’ 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또 그가 그리는 카카오 청사진의 핵심은 이용자가 모바일을 통해 어디서든 원하는 물건과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온디맨드(On-Demand)’ 였다.
임 대표는 지난 27일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의 합병 1년, 대표 이사로 취임한 지 한달 만에 제주도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이같이 밝혔다. 소매를 걷은 핑크 남방에 발목이 살짝 보이는 바지를 입은 임 대표는 뛰어난 말솜씨와 밝은 미소로 카카오의 현재와 미래를 얘기했다.
그는 무엇보다 코스닥 시가총액 2위(약 6조8000억원)이자 국내 대표 라이프 플랫폼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로서 ‘어려서 연륜이 부족하다’, ‘투자자가 경영자로서 잘하긴 힘들 것이다’ 등 세간의 의구심을 씻는 데 중점을 뒀다.
이를 위해 그는 카카오 단독 대표직을 맡게 된 일화를 가장 먼저 소개했다. 임 대표는 “당시 카카오 최고경영진들이 카카오의 수많은 사업을 개별 스타트업이라 생각하고 경영해 나간다면 매우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것과, ‘Jimmy’(임지훈 대표의 영어 이름)가 수년간 수천 명의 대표를 만나 50여개의 기업에 투자해 이들의 성공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다는 2가지 점을 들어 대표직을 제안했다”며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제가 할 수 있는 숙명 같은 느낌을 받아 수락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임 대표는 벤처투자자 시절 국민 게임 ‘애니팡’, 영화 추천 서비스 ‘왓챠’ 등을 투자해 성공을 거둬 업계 주목을 받았다.
투자자에서 경영자로 변신한 임 대표가 추구하는 카카오의 비전은 ‘온디맨드’로 명확했다. 그는 “모바일을 기반으로 O2O(온라인 오프라인 연계)·콘텐츠·검색·게임·광고·금융 등 실물경제를 이용자가 원할 때 어디서나 원하는 시각에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온디맨드로 모바일 2.0 시대를 열겠다”고 제시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의 모바일 서비스는 기존 PC에서 이용하던 기능들을 모바일로 이식하는 초기 단계였다”며 “스마트폰으로 모든 실물경제 활동이 가능해지는 진정한 모바일 시대는 이제부터 시작이고, 온디맨드 환경 구축을 통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간담회에는 카카오 최대주주인 김범수 의장의 해외 도박 혐의, 수사기관의 감청에 대한 카카오의 입장 변화 등 민감한 질문도 나왔다. 임 대표는 김 의장의 혐의에 대해 “회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으로 언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답변을 피했다. 검찰 감청에 응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서는 “지난 1년간 구성원들이 많은 토의와 고민, 외부 목소리를 경청한 끝에 내린 결정이었고 이것이 사용자를 위한 최선이라는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 수익성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올 1, 2분기 실적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수많은 사례에서 보듯이 결국 내부 경쟁력이 강화되면 수익은 따라오기 마련이다”며 “인터넷 모바일 비즈니스는 단기적인 수익을 추구하기보다는 경쟁력 자체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해외 시장 진출 계획에 대해서는 “과거에는 메신저로 해외에서 성과를 내려 했지만 아주 큰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라고 평하고는 “지금 저희의 글로벌 방향은 ‘잘할 수 있는 것을 하자’이며 이길 수 있는 싸움을 위해 글로벌을 재해석하고 있다고 생각해 달라”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