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으로 여겨지던 미청구공사 폭탄이 결국 터졌다. 2조원대의 미청구공사금액이 발생한 삼성엔지니어링이 1조5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미청구공사에 대한 건설업계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6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건설업계의 미청구공사금액이 증가함에 따른 잠재위험을 분석한 결과, 미청구공사 부담이 과중한 건설사의 경우 잠재위험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미청구공사는 발주처에 청구되지 않은 공사대금을 뜻한다. 즉 회계 장부에는 미리 매출로 잡혀있지만 실제 현금은 들어오지 않은 미수 채권으로 국내 10대 건설사들의 미청구공사 금액은 17조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미청구공사금액 전부를 손실로 연결되는 악성으로 보기는 어렵다. 공사 특성 상 발주처의 성향, 기자재 주문제작과 같은 투입공사 등으로 정상적 미청구공사도 상당 부분 존재한다.
또한 건설업계는 수주산업이라는 특성 때문에 매출액이 높을수록 미청구공사금액 역시 높아지기 때문에 오히려 매출액 대비 미청구공사금액 비중이 오히려 관건이다.
실제 지난 2010년까지 15% 내외 수준을 유지해온 매출액 대비 미청구공사 비중은 지속적으로 늘어 올해 상반기 기준 23.9%를 나타냈다. 1조원 넘는 대규모의 손실을 발생시킨 삼성엔지니어링의 매출액 대비 미청구공사 금액 비중 역시 26% 로 평균을 상회한다.
한기평은 이 보고서에서 삼성엔지니어링의 3분기 영업손실인 1조5000억원 중 미청구공사 금액으로 전이된 규모는 전체 손실의 40%인 6000억원 대로 분석했다. 즉 잠재위험으로 여겨지던 미청구공사가 실제 부실로 연결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풀이했다.
특히 삼성엔지니어링은 자기자본 대비 미청구공사 비율은 67.4%로 대형 건설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 업체의 미청구공사금액은 2조3160억여원으로 자기자본의 220% 수준이다. 완전 자본잠식상태가 돼 오는 내년 3월까지 1조2000억원의 유상증자를 할 계획이다.
현대엔지니어링과 GS건설도 잇따라 미청구공사 리스크 위험 군으로 꼽혔다.
현대엔지니어링의 미청구공사 금액은 1조7630억원로 매출액 대비 미청구공사금액은 33%를 기록했다. 지난해(27.58%)보다 6%p 가량 증가했다. 일부 공사현장에서 원가율 상승 등으로 영업수익성 역시 다소 둔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어 과거보다 미청구공사 리스크가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2조7310억원의 미청구공사금액이 발생한 GS건설은 매출액 대비 미청구공사 금액 비중이 31%에 다다른다. 과거 손실을 발생시킨 사우디 라빅2, PP12 프로젝트가 올해 추가 연장됐기 때문이다.
GS건설 관계자는 “보통 해외 프로젝트 매출이 10조원 규모로 이중 5분의 1 수준인 미청구공사금액은 꾸준히 있어왔다”며 “현 수준을 유지할 경우 리스크가 높다고 보여지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