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명동 백화점에 돌아온 중국인 관광객(유커·遊客)들은 주로 한국산 선글라스, 화장품, 캐릭터상품 등을 집중적으로 사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소공동 본점(영플라자 포함)에서 중국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산(은련카드 매출 기준) 브랜드는 명품 '까르띠에'였고, 2위는 국산 선글라스 브랜드 '젠틀몬스터'가 차지했다.
3~10위에는 루이뷔통, MCM(패션·잡화), 샤넬, 설화수(화장품), 바쉐론콘스탄틴, 티파니, 구찌, 불가리 등이 올랐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까르띠에는 2위에서 1위로 올라선 반면 1위였던 MCM은 4위로 떨어졌다. 1년전 3위를 차지한 패션의류·화장품 국산 브랜드 '스타일난다'는 아예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특히 국내 브랜드 가운데 젠틀몬스터와 설화수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젠틀몬스터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극중 배우 전지현이 썼던 선글라스 브랜드로, 유커들 사이에 입소문이 돌면서 한국 방문시 꼭 사야하는 '머스트 해브(Must Have)'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에서 젠틀몬스터는 월평균 10억원이상의 매출을 올리는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유커 지갑에서 나온다.
국내 화장품의 대표 브랜드 설화수는 중국 내 '한국산 한방화장품 열풍'과 함께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에게 한방화장품을 선물한 사실이 화제가 되면서 설화수를 찾는 유커가 더 늘었다.
반면 지난 수년동안 대표적 유커 선호품목으로 각광받은 MCM의 인기는 다소 꺾이는 분위기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MCM의 브랜드 고급화, 고가 정책이 '실속 쇼핑'에 나선 유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지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10월 1~14일)' 기간에도 매출 기준 중국인 선호 품목 순위는 ▲ 까르띠에 ▲ 루이뷔통 ▲ 젠틀몬스터 ▲ 티파니 ▲ MCM ▲ 불가리 ▲ 설화수 ▲ 샤넬 ▲ 후 ▲ 구찌 등으로 9월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같은 기간 유커 구매 건수 기준으로는 국산 캐릭터 상품 브랜드 '라인프렌즈'가 1위를 차지했고, 이어 스타일난다(중저가 패션·화장품)·설화수·젠틀몬스터·원더플레이스(패션편집샵)가 5위권에 들었다.
이번 블랙프라이데이 할인 행사 중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의 중국인 매출은 작년보다 42.5%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전년대비 증가율(76.3%)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메르스 사태 당시와 비교하면 뚜렷한 회복이다.
또 이 기간 롯데백화점 본점 중국인 매출 비중은 19.4%로, 작년 동기 수준(22.3%)을 조금 밑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