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첫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JTBC 드라마 ‘디데이’는 15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돼 큰 화제를 모았다.
SM C&C에서 제작한 이 작품은 서울 대지진을 설정으로 블록버스터 못지않은 스케일을 자랑해 시청자의 호평을 얻었다. ‘명량’, ‘해적’, ‘서부전선’ 등 극장가에서도 100억원이 투입된 작품은 ‘대작’이라 불리며 개봉 전부터 관심을 모은다. 이제 안방극장의 제작비 규모가 스크린을 압도하고 있다.
드라마의 인기는 해외 판권, PPL(Product Placement·간접광고) 등 부가가치를 창출해 천문학적 수입으로 이어진다. 최근에는 드라마가 한류 열풍의 근원이 되면서 아시아 시장의 수요에 맞춘 공급의 필요성이 시장 확대를 꾀했다.
‘드라마의 경제학’은 사극으로 대변된다. 현대극과 달리 촬영 장소, 의상, 분장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사극은 보다 많은 제작비가 필요하다. 여기에 2004년 종영한 ‘대장금’의 전 세계적인 인기가 한국 사극 드라마의 글로벌화를 촉구했다. 사극의 제작비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2005년 종영한 ‘불멸의 이순신’은 당시 사극 사상 최대 금액인 35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됐으며 ‘선덕여왕’(2009) 역시 250억원의 총 제작비를 기록했다.
이 중 가장 시선을 사로잡는 작품은 ‘태왕사신기’(2007)다. 밝혀진 제작비만 400억원을 훌쩍 넘어선다. 주연 배우였던 배용준은 회당 2억5000만원이라는 전무후무한 계약을 맺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방영 중인 SBS 50부작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는 제작비만 300억원이 투입됐다. 유아인, 김명민 등 주연 배우의 회당 출연료도 수천만원을 호가한다.
김진호 대중문화 평론가는 “역사적으로 대작이라 불리는 드라마의 주류는 사극이었다. 상업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충족하며 높은 시청률을 보장하는 것이 주된 이유였고, ‘대장금’ 등에서 볼 수 있듯 문화 파급력 역시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극과 달리 현대극의 생존법은 스타 마케팅과 PPL에 기인한다. 현대극의 강점은 공감 가는 현실 반영에 있는데 톱스타들의 매력을 좀 더 사실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이 때문에 한류 스타의 캐스팅만으로도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2012년 방영된 ‘사랑비’는 최고 시청률 6.4%에 그치며 참패했지만 배우 장근석과 소녀시대 멤버 윤아의 출연만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길 만한 해외 판권 수익을 기록했다. 기업들의 드라마 투자에 직접적인 역할을 하는 PPL의 경우 현대극에서 강점을 갖는다. 대부분의 PPL이 핸드폰 등 가전기기에 치중된 현실 속에서 현대극은 상대적으로 극 전개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PPL을 이용할 수 있다.
한 외주 제작사 대표는 “드라마 제작비의 규모가 커지면서 시청률 실패에 대한 위험 부담도 높아졌다. 이 같은 위험을 극복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스타 캐스팅과 PPL 등 투자 유치로, 사극보다 현대극이 용이한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