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놓고 시장이 촉각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계속되는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모호성에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모호한 표현 탓에 시장에 혼선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직 연방준비은행 총재까지 비판에 가세하면서 논란이 고조되고 있다.
찰스 플로서 전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연준의 통화정책 성명서에 대해 “(시장을) 미치게 만든다”면서 “(연준의) 합의 결과는 결국 모호함”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14일(현지시간)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완만한(modest)과 ’점진적인(moderate)‘이라는 단어의 차이가 무엇인가. ‘다소(some)’는 ‘약간(few)’과 다른가” 라고 반문하면서 “연준의 말을 이해하려면 사람마다 제 각각의 어휘집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한때 연준의 성명서는 연준과 시장의 소통을 돕는 매개체였다. 1994년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앨런 그리스펀이 통화정책의 투명성을 높이고 시장의 통화정책에 대한 예측력을 높이고자 성명서를 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준 성명서는 모호한 표현 탓에 시장에 매번 혼선을 가져왔다. 연준 인사들의 엇갈린 발언도 시장의 혼란을 부추겼다.
이에 연준이 시장의 신뢰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CNN머니가 E-트레이드와 함께 투자자 1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2%가 연준에 C 학점을 줬다. D나 F 학점을 준 투자자는 전체의 25%에 달했다. 이와 관련해 CNN머니는 “연준이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올리겠다고 내내 얘기해 투자자들은 변화에 대비했다”며 “그러나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을 한 양치기 소년 얘기처럼 (현재까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연준의 금리인상 불확실성에 월가에서는 첫 희생양까지 나왔다. 9월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점쳤던 대형 헤지펀드 포트리스 인베스트먼트는 실적악화로 운용하던 대규모 매크로펀드를 청산했다.
이날 발표된 연준의 경기동향보고서인 베이지북도 시장의 혼선만 가져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베이지북은 미국 경제가 지난 8월 중순 이후 전반적으로 완만한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달러 강세가 일부 기업을 압박해 경제활동이 부분적으로 둔화 또는 축소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는 베이지북에 대해 “(연준의) 혼선된 메시지는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자극만 할 뿐”이라고 경고했다. 연준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연준이 신뢰도 회복을 위해 10월 혹은 12월 금리인상을 해 허를 찌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