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 인상과 관련해 국내 금융시장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9월 중국의 경기 둔화와 신흥국 위기,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등에 따라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연준은 이후 연내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는 뜻을 밝히고 있지만 대외 여건이 한두 달 사이에 개선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달 초 나온 미국의 비농업부문 고용지표는 예상보다 실망스런 수준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금리 인상 시점이 내년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에 글로벌 금융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지만, 금리 인상을 둘러싼 시장의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단기적으로 상단이 막혀 있는 제한적인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만큼 ‘파도’를 피할 수 없다면 올라타는 투자 전략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달러 강세’ 효과 자동차株 수혜 가능= 미국의 금리 인상은 양국간 금리 차이와 환율, 수출 등 경로를 통해 국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양국간 금리차가 축소되면 국내 자산 수익률이 이전보다 하락해 차익거래 유인이 낮아진다. 이 때문에 국내 채권에 투자하는 외국인의 투자자금 규모는 감소하거나 국외로 유출된다.
특히 미국의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세계에 투자된 미국 달러화가 본국으로 회귀하면서 달러화는 강세(원화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달러화 강세는 달러로 결제되는 국제유가 하락세를 지속시킬 가능성이 있다.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을 받는 산유국과 글로벌 투자자금의 유출 우려가 있는 신흥국 중심으로 경기 부진과 수입수요 감소가 나타나 이들 국가에 대한 수출 감소가 예상된다. 그러나 미국 기준금리 인상은 미국 경기 회복을 의미하는 만큼 대(對)미국 수출이 증가하며 이 같은 감소분을 상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연쇄효과를 고려할 때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 인상시 강달러의 환율 수혜가 기대되는 수출 대형주와 자동차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꼽았다. 달러 가치가 상승해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국내 수출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이 향상되는 효과가 있다.
김경욱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시행되면 시장이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높은 가격 메리트와 환율 효과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감이 불거질 것”이라며 “이에 따라 저평가된 대형 수출주가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서도 자동차주가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임은혜 삼성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업종은 미국 금리 인상 이후 달러 강세, 원화 약세라는 우호적인 환경에 따라 실적 턴어라운드가 기대된다”며 “특히 원엔 환율이 반등하며 가격 경쟁력을 회복하는 가운데 하반기 신차 출시에 따른 주가 모멘텀 개선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임 연구원은 “지난 8월 이후 글로벌 판매 지표 개선과 더불어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기대감도 더해지고 있다”며 “3년 만의 실적 감익 추세에서 벗어나고, 하반기 신차 출시 모멘텀까지 보유한 현대차가 미국 금리 인상 수혜주로 유망해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보험株도 ‘관심’= 미국의 금리 인상 수혜주로 빼놓을 수 없는 업종이 은행주와 보험주다.
통상 기준금리 인하는 은행업종에 악재로 작용한다.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권 대출금리가 하락하게 되면 순이자마진(NIM)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실적에 부담을 준다. 따라서 미국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 국내 금리가 반등하며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금까지 저평가됐던 은행주가 금리 모멘텀으로 강하게 반등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진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와 연내 미 연준 기준금리 인상 및 글로벌 물가상승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금리 베팅을 해도 잃을 것이 크게 없는 시점”이라며 “국내 은행들의 NIM만 안정된다면 국내 은행들의 상대적 이익 모멘텀은 강할 것으로 보여 금리 베팅을 하며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할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임은혜 삼성증권 연구원도 “이번 미국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한 차례 더 단행해도 이미 주가는 선반영돼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라며 “오히려 현재 주택경기 호조에 따른 대출 성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보험주 역시 미국의 금리 상승이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보험주 주가는 금리의 영향을 크게 받고, 금리와 보험주는 대체로 그 방향을 같이한다.
이태경 현대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가 인상되면 국내 시중금리가 오르고, 금리는 추세적으로 약 2년간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금리가 오르면 보험사의 자산운용 수익률이 상승하고 이차역마진(자산운용 이익률이 보험금 적립 이자율을 밑도는 상태)이 감소해 보업업종의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금리 인상과 함께 손해율 개선도 긍정적이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보험업종은 자동차와 실손보험의 손해율 개선 추세와 금리 반등에 힘입어 상반기보다는 하반기, 하반기보다는 내년 업황 개선이 더욱 기대된다”며 “보험주를 저점에 매수해 연말까지 들고가는 전략을 취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