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면 걸린다는 걸리버지?”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1997년 현대전자 걸리버의 TV광고 문구다. 20여년 전이지만 여전히 생생하다.
현대전자가 당시 브랜드명을 걸리버로 택한 것은 ‘단말기 기능은 거인급이지만 크기는 소인급’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서였다. 실제 광고에서도 거인국과 소인국을 오간 소설 주인공 걸리버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광고 모델이었던 로버트 할리 특유의 구수한 말투는 정말로 휴대폰이 잘 터질 것 같은 신뢰감을 주며 제품 인기 상승에 힘을 실어줬다. 단말기도 리튬이온 배터리를 채용해 최장 240분 통화, 58시간 대기를 구현했으며 135g(소형 배터리 기준)의 무게로 제작됐다. 국내 최초로 사용자가 신호음을 단말기 키패드를 이용해 작곡할 수 있는 기능과 생년월일을 입력하면 바이오 리듬을 알려주는 기능도 관심을 끌었다.
걸리버의 탄생으로 국내 PCS단말기 시장이 삼성-LG의 양자 대결구도에서 현대전자까지 포함한 3자 구도로 전환되는 계기도 됐다. 당시 현대전자는 “걸리버 단말기가 삼성전자의 애니콜PCS보다 가볍고 LG정보통신의 싸이언보다는 사용 시간이 길다”고 차별점을 강조했다.
‘휴대폰 PCS의 거인’이라는 슬로건 아래 PCS폰의 대명사로도 통했던 걸리버는 출시 1년 만에 판매량도 급증했다. 실제 현대전자는 걸리버 출시 1년 만인 1998년, 이동통신 단말기 시장에서 걸리버에 대한 마케팅 강화에 힘입어 20%에 육박하는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전년도 점유율은 8%에 불과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