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한림원 노벨위원회는 8일(현지시간) 벨라루스의 여성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67)를 2015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알렉시예비치는 14번째 여성 노벨 문학상 수상자다.
노벨위원회는 “우리 시대의 고통과 용기를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작품을 써왔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스웨덴 한림원의 사라 마리아 다니어스 부원장은 “알렉시예비치는 지난 30~40년간 구소련과 소련 이후 시대 개인의 모습을 바쁘게 그려냈다”며 “그러나 이는 단순한 사건기록이 아니라 감정이 살아숨쉬는 역사다. 그는 다양한 저서를 통해 체르노빌 재난, 소련군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여러 역사적 이벤트를 다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어린이와 여성 남성 등 여러 사람과 수천번의 인터뷰를 해 우리가 몰랐던 인류의 역사를 알게 했다. 그는 또 감성, 그리고 영혼의 역사도 함께 제공했다”고 덧붙였다.
알렉시예비치는 1948년 5월 우크라이나 스타니슬라브에서 벨라루스인 아버지와 우크라이나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군인인 아버지의 복무가 끝나고 나서 가족들은 다시 벨라루스로 돌아갔다. 부모 모두 교사로 일했다.
알렉시예비치는 벨라루스국립대 언론학과를 졸업하고 신문사와 잡지 기자로 일하면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다큐멘터리 산문을 써서 명성을 얻었다.
소련 붕괴 이후 독립한 조국 벨라루스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독재 통치를 비판하다 2000년대 초반부터 10년간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에서 망명 생활을 하기도 했다. 이후 2012년 벨라루스로 귀국해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알렉시예비치는 탐사저널리즘을 바탕으로 다양한 삶의 현장에서 사람들의 증언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대표작으로는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 증언록인 ‘체르노빌의 목소리’,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참전했던 여성들의 증언을 담은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등이 있다. 체르노빌의 목소리는 우리나라에서도 번역 출간됐다. 그 밖에도 ‘마지막 증인, 어린이를 위한 솔로’‘아연 소년들’‘죽음에 매료되다’ 등의 작품이 있다.
1983년 첫번째 작품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를 완성했지만 반전론에 동조하고 참전 여성들의 영웅적 이미지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2년간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던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ㆍ개방)정책에 힘입어 1985년 출판됐다. 이 작품은 200만부 이상이 팔리는 등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체르노빌의 목소리’는 원전 사고 당시 우크라이나 이웃나라인 벨라루스에서 방사능에 오염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당시 벨라루스 국토의 23%가 방사능에 오염됐고 이 지역에 살던 주민은 210만명에 달했다. 알렉시예비치는 10여년에 걸쳐 소방대원의 아내, 군인, 해체작업자 등 100여명과 인터뷰해 사고 당시의 실상과 남겨진 사람들의 아픔과 고통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한편 매년 유력한 노벨 문학상 후보로 꼽히는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번에 또 고배를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