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6년 11월 4일(음력 9월 29일), 조선어연구회가 훈민정음 반포 480주년을 맞아 '가갸날' 기념식을 열었다. 세종 28년(1446) 음력 9월 훈민정음을 반포했다는 세종실록의 기록에 따라 마지막 날인 29일을 고른 것이다. 이듬해엔 기관지 ‘한글’ 창간과 함께 명칭을 '한글날'로 고쳤다. 이어 1932년 양력 날짜로 환산, 10월 29일에 기념행사를 하다가 1934년에 정확한 양력 환산법을 적용해 10월 28일로 정정했다.
그런데 1940년 7월 훈민정음 해례본(解例本)이 발견됐다. 나중에 국보 70호로 지정된 해례본은 한글의 창제 원리와 사용법을 설명한 책이다. 집현전 대제학 정인지(鄭麟趾)가 쓴 서문에 반포일이 9월 상한(上澣), 즉 상순으로 돼 있었다. 그래서 상순의 끝 날인 9월 10일을 양력으로 환산해 10월 9일을 한글날로 확정했다. 한글날 제정 경위는 이처럼 꽤나 복잡하다.
한글날은 1949년 6월 공휴일로 정해졌다가 1991년 법정 공휴일이 아닌 기념일로 바뀌었다. 2006년에 다시 국경일로 지정됐다가 2013년 법정 공휴일로 재지정됐다. 한글날의 공휴일 지정-재지정 과정도 기구하다.
서거정(徐居正)이 쓴 최항(崔恒·1409~1474)의 비명(碑銘)에 이런 말이 있다. 최항은 한글 창제에 힘을 보탠 문신이다. “영릉[세종]이 공과 신숙주 등에게 명해 훈민정음 동국정운 등의 책을 지으니 우리 동방의 어음(語音)이 비로소 정해졌다. 규모와 조치는 모두 왕의 뜻을 여쭈어 정했으나 공이 협찬한 것도 많았다.”[英陵命公及申文忠公叔舟等掌其事 作訓民正音 東國正韻等書 吾東方語音始定 雖䂓模措置 皆稟睿旨 而公之協贊亦多]
훈민정음 해례본이 최근 복간본으로 나왔다. 소장자인 간송미술문화재단이 기획하고 교보문고가 제작을 맡아 노력한 결과다. fusedt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