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IBK기업은행에 대한 종합검사에서 기술금융 부문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기업은행의 기술금융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향후 부실화 가능성이 커진 데에 따른 조치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내년 중 기업은행에 대한 종합검사를 실시하고, 기업은행이 주력하고 있는 기술금융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업은행의 기술금융 비율이 유난히 높은 데 주목하고 있다”며 “내년 검사 계획은 올해 말에 정해진다"고 밝혔다.
현재 기업은행은 기술금융 건수와 잔액 면에서 다른 시중은행과의 격차를 벌이며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7월말부터 올해 8월까지 기업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11조3801억원(1만8889건)으로, 기술금융 상품을 취급하는 국내 전체 은행의 25%에 해당한다.
기술금융은 담보가 없는 중소기업에 기술평가서(TCB)를 바탕으로 대출을 진행, 중소기업의 기술을 보고 낮은 금리에 자금을 대출하는 시스템이다. 때문에 양적 실적에 치중하다 기업에 대한 기술력 평가에 소홀하게 되면 자금사정이 열악한 중소기업을 시작으로 도미노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타 은행들은 기술금융에 대한 향후 부실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속도 조절에 나선 반면,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박근혜 정부의 정책기조에 맞춰 기술금융 비율을 높이고 있다.
지난 8월말 기준 기술신용대출 잔액 기준 2위인 신한은행과 단순 비교해보면 지난 6월에서 7월까지 두 은행의 잔액 차는 1조9081억원에서 2조6888억원으로 늘어났고, 지난 8월에는 3조4023억원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박근혜 정부가 창조금융을 앞세우며 추진하고 있는 ‘기술금융’은 정책성 코드가 짙은 금융정책 중 하나다. 기술금융 실적이 매달 공시되고,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권 코드 맞추기 성격이 짙은 금융정책인 만큼, 이명박 정부의 녹색금융처럼 정권 말기에 들어 열기가 식어가는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앞서 이명박 정부가 녹색성장론과 함께 녹색금융을 주창하자 시중은행들은 앞다퉈 녹색금융 관련 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하지만 정권 말기에 접어들자 녹색금융 상품 또한 금융권에서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당시에도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만이 녹색금융 지원에 열을 올렸다.
금감원의 또 다른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기술금융을 제대로 평가할 전문인력이 대다수 은행에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전문적인 분야를 평가할 능력이 없는데 실적 위주로 대출을 하면 부실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