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센터 안남기ㆍ최성락 연구원은 6일 ‘독일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파장 점검’ 보고서를 통해 과거 대기업 스캔들이 터졌을 때 주가가 1년이 지나도록 직전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사례가 발생한 점을 고려했을 때 배출가스 조작 사태가 지금보다 확산된다면 폭스바겐도 같은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폭스바겐그룹 주가는 지난달 18일 미국 환경당국이 폭스바겐 디젤 차량의 배출가스 조작을 적발한 이후 2주만에 37% 급락했다. 지난 3월 250유로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현재(5일 현지시간 기준) 104유로로 곤두박질을 쳤다.
이에 연구팀은 과거 영국의 석유회사 BP, 일본 전자업체 올림푸스가 각각 원유유출과 회계스캔들을 겪었을 때 주가를 정상수준으로 되돌려 놓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는 점을 주목하며 폭스바겐그룹 주가의 추가 하락을 우려했다.
기업의 사례를 살펴보면 BP는 지난 2010년 4월 원유사태를 겪으면서 주가가 655.4파운드(2010년 4월 20일)에서 두 달간 54% 급락했다. 원유유출사태가 발생한 지 5년이 지난 현재 BP의 주가는 360파운드대에 머물러 있다. 작년 상반기 527파운드까지 올랐으나,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 등으로 기업 실적이 부진하면서 과거 수준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일본 올림푸스의 경우 2011년 10월 회계스캔들이 터진 후 그 다음달인 11월 한 달 동안 주가가 81%나 폭락했다. 당시 올림푸스 주가의 전고점은 2482엔(2011년 10월 13일 기준). 올림푸스는 회계스캔들이 발생한 지 2년이 지난 2013년 4월에서야 전고점을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안 연구원은 “재무상태를 악화시켰거나, 회사 존립 자체가 흔들렸던 사례를 꺼내봤다”면서 “폭스바겐그룹의 주가에 손해배상, 벌금 등 추가 이슈가 반영된다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연구팀은 폭스바겐 사태가 독일의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여파가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폭스바겐이 독일 자동차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후폭풍이 거셀 것이란 분석이다.
폭스바겐은 작년에 매출 2200억 달러를 기록해 독일 전체 기업에서 매출 1위를 달성했다. 고용인력은 독일 내수에서만 27만명으로, 해외까지 포함할 경우 그 규모는 60만명으로 급증한다.
독일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한 데, DAX 지수 내 비중은 지난달 초에 상위 10위권에 포함됐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9월말 기준 독일증시에서 폭스바겐이 차지하는 비중은 3.2%로 11위다.
연구팀은 “이번 사태가 여타 회사의 동일한 조작 발견 또는 독일 자동차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질 경우 자동차가 독일경제의 최대 산업임을 감안할 때 파장이 커질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밖에 연구팀은 폭스바겐 사태로 △디젤차량 선호 약화 △환경규제 강화 △환경규제 준수에 따른 생산비용 증가 등 자동차 산업 판도가 변화를 겪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