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는 어떤가. 최근 국내 한 전자상거래 사이트는 자사 사이트에서 판매되는 샤오미 제품 매출이 1년 전에 비해 수백 배나 늘어났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샤오미는 아직 한국 시장에 법인을 설립하거나 정식으로 진출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구매대행을 통해 제품을 써본 사람들의 입소문이 퍼지면서, 중국산 IT 제품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편견까지 무너뜨리고 있다. 완토우 마을과 샤오미의 사례는 현지 유통망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해외 지사를 세우거나 대형 대리점을 통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경쟁력 있는 기술과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앞세운다면 새로운 형태의 유통 채널을 바탕으로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얘기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놓고도 정작 유통 파트너 구하기가 어려워 매출로 연결하지 못하는 국내 기업에도 참고할 만하다.
필자는 지난달 중순 국내 중소기업인 20여명과 함께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했다. 정부 지원으로 육성된 지역특화 상품을 해외에 소개하고, 북미지역 수출 가능성을 타진해보기 위해서다. 마침 해외한인무역협회(OKTA)가 개최하는 북미주경제인대회에 참가하여 북미주 유통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우리 지역특화 상품과 지역 장인들이 만든 전통상품을 전시할 귀한 기회를 얻었다. 전시홍보관에서는 식품, 생활용품, 화장품 등 150여 가지 제품을 선보였으며, 이 중 65개 제품에 대해서는 1:1 수출 상담회까지 함께 진행했다.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 중인 동포 경제인들은 태평양을 건너온 고국 기업인들이 가져온 지역특화 상품에 흥미를 보이면서, 현지 성공 가능성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OKTA가 ‘차세대 무역리더’로 선정한 재미동포 2세 경제인들도 일일 도우미를 자처해 현지 소비자 트렌드나 수입 정책 현안 등 북미 진출에 필요한 실질적인 팁을 전달해 줬다. 행사를 지켜본 국내 참석자들은 “첨단 하이테크 제품이 아닌 일반 소비자 대상의 생활용품처럼 이른바 ‘미들 앤 로 테크(Middle and Low Tech)’ 제품이라도 경쟁력만 있다면 승산이 있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필자는 이들과 동행하면서,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전략적 지원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시장 분석과 규제 대응, 현지형 맞춤 디자인, 해외 홍보, 수출 컨설팅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해야 한다. 특히 이런 노력이 일부 기업에 대한 단편적 수출 지원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장기적으로는 많은 기업들이 언제든지 체계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해외 네트워크와 다양한 유관기관들이 긴밀하게 연계하여 일종의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본다. 또한 그 과정에서 전자상거래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도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으로 강구해 봐야 한다.
약 1000여 년 전, 실크로드(silk road)는 동양과 서양을 이어주며 수많은 아이디어와 제품, 문화 교류의 창구가 되어 주었다. 우리나라 각 지역에 다양하게 포진해 있는 특화상품 제조 기업들이 북미주 시장을 노크하는 작은 도전이 21세기 새로운 실크로드를 개척하는 밑거름이 된다면 또 다른 형태의 한류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그동안 수출을 바탕으로 성장해 온 우리 경제의 엔진을 재점화하기 위해서는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창업 벤처들과 지역 중소기업들이 얼마나 글로벌화에 성공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겨우 첫술을 뜬 것이나 다름없는 만큼,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 노력이 좋은 결실을 맺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