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의 2인자인 게리 콘 사장이 로이드 블랭크페인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의 공백을 훌륭히 메우며 후계자 자리를 굳히고 있다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블랭크페인 회장은 지난달 22일 암의 일종인 림프종에 걸렸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수주 간 항암치료를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블랭크페인 회장이 자리를 비우는 동안 콘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뛰었다. 그는 지난달 25일 뉴욕 맨해튼에서 러우지웨이 중국 재정부장과 개인적인 만남을 가졌다. 지난달 29일에는 샌프란시스코로 건너가 그의 친구이자 고객인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회사의 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X를 공개하는 것을 지켜봤다.
사실 그에 대한 초기 평판은 좋지 않았다. 무뚝뚝한 매너는 물론 골드만삭스 내에서 제한된 경험으로 그가 과연 최고의 위치에 적합한지 의문을 표시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 그는 월가에서 가장 눈에 잘 띄고 다재다능한 임원으로 진화했다고 WSJ는 극찬했다.
55세의 콘은 지난 9년간 블랭크페인을 보좌했으며 두 사람은 가까운 친구 사이다. JP모건체이스 회장 겸 CEO로 성공한 제임스 다이먼은 지난 1998년 씨티그룹 2인자 시절, 당시 회장이던 샌퍼드 웨일로부터 쫓겨났다. 다이먼과 웨일의 씁쓸한 결말과 달리 콘은 블랭크페인과 함께 글로벌 금융위기를 이겨냈다.
물론 블랭크페인이 당장 CEO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암 발병 사실을 공개하면서 계속 자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난달 28일에는 사무실로 잠시 복귀해 주간 경영회의에 참석하고 미국 상원의원들과도 만남을 가지는 등 투병 중에도 의욕적으로 일하고 있다.
그러나 월가 사람들은 블랭크페인의 예후와는 상관없이 콘이 초기에 받았던 부정적인 평판을 바꾼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콘은 이기적이고 경쟁의식이 너무 많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친구나 전 직장동료와의 대화에서도 자신이 언젠가는 골드만삭스의 최고 자리에 오르겠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이에 뉴욕타임스(NYT)는 2013년 기사에서 콘을 ‘월가의 찰스 왕세자’라고 비꼬기도 했다. 인기도 없으면서 톱을 노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콘을 아는 사람들은 최근 그가 2인자로서의 자신과 블랭크페인의 역할에 좀 더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전 골드만삭스 임원은 콘이 최근 수년간 동료들과 유대 관계를 쌓았는데 그중에는 콘을 라이벌로 여긴 사람도 있다고 강조했다. 콘 사장의 포용력이 더 커졌다는 의미다.
WSJ는 콘은 과거 자신의 부하가 성과를 내는지에만 관심이 있었으나 이제는 매년 400명에 달하는 고객을 직접 방문하며 워싱턴도 종종 들러 의원, 관리들과 회동한다고 전했다. 콘은 또 우버 설립자인 트래비스 칼라닉, 테슬라의 머스크 등 IT 거물들과도 좋은 개인적 관계를 구축했다. 칼라닉은 지난 1월 콘의 설득으로 골드만삭스 파트너들의 모임에서 연설을 하기도 했다.
한 전 골드만삭스 임원은 “게리 콘이 최고 자리(CEO)를 노리던 시절에 나는 그가 그럴 능력이 되지 않는다고 봤다”며 “그와 교류하면 할수록 정말로 많이 성장했구나라고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