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호통 국감’이지만… 그래도 국감이 있어야 할 이유

입력 2015-10-01 10:36 수정 2015-10-0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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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유 산업2부 기자

여야 의원들이 서릿발 같은 눈초리로 장·차관들과 기업인들을 앞에 두고 호통을 친다. 대답할 시간도 주지 않는다. 정부 인사들은 무조건 시정하겠다며 고개를 조아린다. 지난달 진행됐던 1차 국감의 흔한 풍경이다. 역시나 올해도 알맹이 없이 정부 인사들에게 망신만 주는 ‘호통 국감’의 모습을 재현했다.

‘저런 국감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국회에서 열렸던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중소기업청 국감을 보며 들던 생각이다. 이에 국감장에 있던 중기청의 한 공무원은 손사래를 치며 “터무니없는 지적을 할 때도 있지만, 의원들이 국민을 대표해 지적해주는 사항인 만큼 어찌 됐든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국감이 정부 정책과 사업을 견제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인 만큼, 존재 의미가 있다는 얘기다.

또한 국감에서 다뤄졌던 사안들이 집중 조명되면서 오히려 정부가 정책을 전개하기 쉽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의도치 않은 국감의 순기능이다. 실제 최근 중기청이 진행했던 모 지방자치단체 연계 사업의 경우, 국감장에서 지역 참여가 저조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오히려 사업 전개에 도움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감에서 해당 문제가 다뤄지자마자, 참여가 저조했던 지자체에서 국감 다음날 중기청에 전화를 걸어 “내년부터는 참여 규모를 늘리겠다”고 전달해왔던 것.

중기청 한 공무원은 “그동안 사업 참여를 지속해서 독려했지만 반응이 없었던 지자체들이 국감을 거치면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을 보니 씁쓸하면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공무원들을 잡는 국감이지만, 그래도 국감이 있어야 할 이유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호통 국감에 지역구를 챙기는 민원 국감이라는 비아냥을 받는 국감이지만, 그래도 사회적인 역할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특히 정책을 펼치는 정부에게도 일부 견제와 지원이 필요한 만큼, 국감이 그 경계선을 균형 있게 줄타기하며 제대로 된 역할을 해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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