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죽음의 계곡'을 넘기 위해 스타트업들이 찾는 엔젤투자자들은 창업자와 구성원을 첫 번째 투자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것으로 나타났다. 뛰어난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창업하는 사람과 구성원의 역량이 기업의 성장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30일 엔젤투자업계에 따르면, 우아한형제들ㆍ티몬 등 국내 대표 벤처기업으로 성장한 곳에 투자를 단행한 엔젤투자자들이 주로 사람을 보고 투자를 단행했다. 엔젤투자자는 기술력은 있으나 창업을 위한 자금이 부족한 초기 단계의 벤처기업에 투자해 첨단산업 육성에 밑거름 역할을 하는 투자자이다.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 기업정보 공유앱 잡플래닛의 성장을 이끈 본엔젤스도 같은 맥락에서 투자가 이뤄졌다.
강석흔 본엔젤스 이사는 "사업계획서나 자료에 나오지 않는 이면을 중심으로 투자 대상을 살펴본다"며 "특히 창업자 대표와 팀 구성원의 역량과 팀워크를 중요한 투자 기준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 모바일 광고기업 탭조이에 기업을 매각해 대박을 친 파이브락스 공동창업자 노정석 킵코 최고전략책임자(CSO)도 투자의 첫 번째 핵심 원칙으로 사람을 꼽는다. 그는 "강한 신념을 가진 창업자와 그 비전을 따르는 우수한 구성원들이 있다면 투자하게 된다"고 투자관을 내비쳤다. 그는 또한 "창업자가 자신의 창업 아이템과 시장에 대해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생각했는지에 대해서도 많이 대화하는 편"이라며 말했다. 킵코는 티몬ㆍ미미박스ㆍ비트파인더 등 스타트업에 가장 먼저 투자했으며, 티몬(그루폰에 매각)ㆍ파프리카랩(그리에 매각)ㆍ다이알로이드(다음에 매각) 등 성공적인 엑시트를 이끌어 내기도했다. 현재까지 약 15개 정도의 스타트업에 엔젤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최근 취임한 유승운 케이큐브벤처스 대표이사의 투자 성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유 대표는 "투자를 하는 데 있어 '사람이 전부'라는 투자 철학을 갖고 해당 스타트업의 핵심 인력들에 대한 다면적인 검증과 신뢰를 통해 투자 결정을 내리게 된다"며 "사람을 본다는 것은 곧 팀을 본다는 것인데, 케이큐브벤처스는 좋은 팀을 발굴하기 위해 다면적 평가 기준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벤처투자 전문가인 박영욱 더벤처스 디렉터도 사람을 투자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박 디렉터는 "스타트업이 보유한 자산은 '아이디어'와 '사람'이 전부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남다른 의지와 인성ㆍ인품,ㆍ사업철학을 봐야 한다"고 했다. 더벤처스가 투자한 파트너사 중 대표적인 엑시트 사례는 지난 5월 카카오에 인수된 중고거래 앱 셀잇이 있다.
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파트너도 지표보다는 사람을 보고 투자하는 원칙을 갖고 있다. 이 대표는 "주로 초기 단계에서 투자하기 때문에 지표를 보긴 어렵다"며 "팀의 역량과 경쟁력을 주로 본 뒤 해당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평가한다"며 투자원칙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