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경제협력 확대와 관계 개선이라는 목적을 품고 미국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과 미국 방문 일정이 겹침에 따라 시 주석의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시 주석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시애틀 방문을 시작으로 6박7일간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시 주석의 방미를 두고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이 경제협력을 심화시켜 사이버 보안, 남중국해 영토분쟁 등으로 양국 간 고조된 갈등을 풀 수 있을 지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시 주석의 미국 방문 둘째날인 23일 중국 항공업체들은 미국 항공기제조업체인 보잉을 방문해 여객기 300대 구매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일부에선 이를 두고 시 주석이 미국에 ‘통 큰 선물’을 안기며 유화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풀이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시 주석과 같은 날 미국을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더 정성을 쏟는 것으로 보입니다. 시 주석과 프란치스코 교황은 같은 날 각각 미국 시애틀과 메릴랜드주에 도착했습니다.
시 주석이 특별기로 도착한 시애틀 북쪽 에버렛 페인필드 공항에는 제이 인슬리 워싱턴 주지사와 게리 로크 전 주중 미국 대사, 에드 머레이 시애틀 시장이 나와 시 주석을 반겼습니다.
반면 교황이 도착한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는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 미셸 오바마 여사와 두 딸 그리고 조 바이든 부대통령 내외 심지어 미셸 여사의 어머니까지 나와 교황을 반겼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공항 영접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교황에 대한 각별한 예우의 뜻이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미국 언론들 역시 교황의 방문을 환영했습니다. 미국 CNN방송은 교황 도착 장면을 생중계하기도 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책을 쓴 존 앨런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무대에 있는 한 그가 주인공이라는 점에 대해선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그 누구도 교황에 함께 있으면 B급 인사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앨런의 발언은 한 국가의 정상도 교황과는 비교 대상이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듯 합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 주석이 통 큰 선물에 미국 보잉 근로자들이 반발하며 시위에 나섰습니다. 보잉은 이날 시 주석이 자사 시애틀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중국에 공장을 세우고 중국기업과 구매계약을 체결한 737여객기 실내 장식 마감을 하는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보잉 근로자들은 중국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뺏어가고 있다며 시 주석이 공장을 시찰하는 동안 거리에서 시위를 벌었습니다.
여러 상황으로 봤을 때 아직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보지도 못한 시 주석의 방미는 속 빈 강정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