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일본 기업이 연구개발(R&D)과 해외기업의 인수합병(M&A)을 통해 엔고와 불황을 극복한 것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3일 ‘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 확보 방안’ 보고서에서 “최근 한국 기업이 ‘원고엔저’로 가격경쟁력을 잃어 수출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며 “고환율과 장기불황을 극복한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일본 기업이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장기적인 안목과 과감한 R&D 투자를 꼽았다.
일본 자동차 기업인 도요타와 혼다는 엔고 시기에도 친환경 차량용 전지개발을 위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두 회사가 글로벌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고, 특히 2013년에 미국에서 50%의 시장점유율을 달성할 수 있었던 배경은 엔고시기에 새로운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주력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가전업체 파나소닉은 기존의 소형전지를 수천개 연결해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해 전기자동차에 적용했다. 그 결과 신규 전지 개발 비용을 절약하고, 생산원가 절감으로 가격 경쟁력도 확보했다. 이를 계기로 파나소닉은 10억 달러를 재투자해 세계 최대의 생산시설을 설립하고 2014년 글로벌 리튬전지 시장에서 세계 3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보고서는 일본 기업의 부활을 견인한 또 다른 요인으로 글로벌 M&A를 통한 시장 확대를 들었다. 2012년 공조기기 제조사였던 일본의 다이킨공업은 엔고를 이용해 미국 2위 에어컨 제조사 굿맨글로벌을 인수했고 그 결과 다이킨공업은 에어컨 공조기 분야에서 글로벌시장 1위를 차지했다.
한경연 김미애 선임연구원은 “고환율의 이점을 살릴 수 있는 해외 M&A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특히 엔화대비 원화의 강세를 이용해 일본의 첨단기술력을 도입하는 M&A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