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 이렇게 만들지, 삼성 기어S2 리뷰

입력 2015-09-22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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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독일 베를린은 삼성의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블루 엠블럼이 도시 곳곳에 휘날리고 있다. 국제 가전 전시회 IFA 2015가 개막을 알린 가운데 삼성전자가 주인공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기 위해 마케팅 물량 공세 중이기 때문.

[기어S2를 보기 위해 모인 수많은 기자들과 파트너사 관계자들]

그렇다면 이제 삼성전자가 어떤 먹거리를 준비했는지 감상할 타이밍이다. 전통적으로(?) IFA의 메인디시라 할 수 있는 갤럭시노트 시리즈는 이미 뉴욕에서 등장한 후다. 하여 부지런한 삼성은 재빨리 다른 메뉴를 준비했다. 오늘의 상차림은 베를린 템포드럼 공연장에 마련했으며, 메뉴는 삼성의 첫번째 원형 스마트워치인 기어S2. 솔직히 말할까? 스마트워치는 정말이지 씹기 좋은 메뉴다. 아직 카테고리 자체가 제대로 정착하지 않은 까닭에 정확한 용도나 완벽한 디자인을 제안하지 못하면 비웃음을 당하기 십상이다. 게다가 삼성은 벌써 흥행에 실패한 스마트워치 전작을 여럿 가지고 있지 않은가.

심지어 갤럭시노트5를 선보였던 지난 갤럭시 언팩에서 기어S2의 대략적인 디자인을 보여준 만큼 싱거운 행사가 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나는 정말이지 삼성의 스마트워치가 싫었다. 우악스럽게 큰 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을 축소해놓은 듯한 고민 없는 인터페이스는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이번에도 기대치는 낮았다. 그래서인지 기어S2는 놀랍다.

결론부터 말하고 리뷰를 시작하겠다. 드디어 여러분이 지갑을 열 가치가 있는 안드로이드 스마트워치가 등장했다. 안드로이드 진영의 사용자들은 애플워치에 열광하는 iOS 사용자들을 보며 ‘애플 좀비’라 비하했지만, 마음속으론 살만한 워치가 없음에 절망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젠 여러분도 ‘기어 좀비’가 되어도 좋겠다. 진작 이렇게 만들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자, 이것이 바로 동그란 모양의 기어S2다. 다른 스마트워치와 극명하게 다른 점을 설명하자면, 화면 터치나 측면 버튼 외에도 새로운 조작 방식을 도입했다는 것이다. 디스플레이를 둘러싸고 있는 베젤을 빙글빙글 돌려가며 기기를 조작할 수 있다. 꽤나 새롭다.

삼성 측은 이 조작 방식에 대해 대단한 자신감을 표했다. 정확히 제품명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애플워치나 모토360 같은 경쟁 워치가 터치 조작 과정에서 화면을 가리는 것에 비해, 베젤을 조작하는 기어S2는 화면을 100%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베젤을 돌리며 기어S2를 사용해보았다. 썩 근사한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써보니 좋다. 역시 조작은 물리적인 반응이 있어야 맛이 난다. 애플이 워치에 포스터치 같은 반응형 기능을 넣은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기어S2는 베젤을 돌릴 때마다 카드가 넘어가듯 화면이 바뀌는 모습이 재밌다. 게다가 쉽고 편하다. 왼쪽 오른쪽으로 돌리며 앞뒤를 오갈 수 있다는 점 역시 직관적이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기어S2에서 지도 앱을 열면 베젤을 돌리는 방향에 따라 줌인, 또는 줌아웃이 가능하다. 이 과정이 빠르게 이해되고, 금세 적응된다.

삼성전자가 여태껏 만들었던 UI 중 가장 직관적이며, 쉽고, 간결하다. 심지어 아름답기도 하다. 안드로이드의 굴레를 벗어나 타이젠을 택하며 일어난 반작용인 것일까?

삼성이 뒤늦게 원형 스마트워치를 내놓는다고 했을 땐, 단순히 디자인을 위한 변심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동그라미 형태에 대해 깊은 이해를 끝낸 뒤였다. 전작인 기어S처럼 무시무시하게 큰 화면을 품지 않았음에도, 이 동그란 화면은 쓸모 있고 우아하며 명확하다.

개인적으로는 메일앱을 써보고 정말 감탄했다. 원형 화면의 규격에 구애받지 않고, 베젤을 돌려 스크롤링하며 메일을 읽을 수 있다. 첨부된 사진까지 스크롤링하며 메일을 넘겨보는데, 너무 쉽고 읽기 편하다.

하루 종일 자동으로 사용자의 움직임을 추적해주는 헬스 앱의 UI를 보자. 한 바퀴 동그랗게 둘러선 원형 눈금은 24시간을 의미한다. 가장 활동적인 시간은 녹색, 보통 때는 주황색, 거의 움직임이 없을 때는 회색으로 표시하는 방식이다. 원형 그래프 형식으로 이루어진 이 화면을 보면 한 눈에 하루 동안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다. 운동량에 대한 지표는 물론이고, 커피나 물을 얼마나 마셨는지 기록할 수도 있다.

1시간 가량 움직임이 없으면, 움직이라고 일러주는 기능도 있다. 오랜 시간 가만히 있는 것을 지양하는 최근의 건강 트렌드와 맞물린 기능이긴 한데, 애플워치의 일어서기 알림과 비슷하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다.

애플워치 얘기가 나온 김에 두 제품을 슬쩍 비교해보자. 삼성이란 브랜드가 워낙 큰 제품을 선호해왔기 때문에, 기어S2 역시 실물을 보기 전엔 상당히 클 것이라는 염려가 있었다. 그런데 애플워치와 나란히 놓고 보아도 특별히 크지 않다. 여자 팔목에도 부담스럽지 않은 사이즈다. 화면 크기가 성능이나 기능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드디어 깨달은 모양이다. 전통적인 시계 생김새에 가까운 원형 디자인 덕에, 그간 삼성전자가 선보였던 스마트워치에 비해 IT 제품스러운 냄새도 한결 덜어냈다. 시계 자체로서의 모습에 한층 다가간 느낌.

만듦새는 두 제품 모두 훌륭하다. 굳이 비교하자면, 당시 착용했던 스트랩 탓인지 기어S2 쪽이 조금 더 스포티하고 애플워치가 더 클래식해 보인다. 애플워치는 애플만의 디자인 컬러와 개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기어S2는 시계의 범주 안에 들어오는 깔끔한 디자인을 갖췄을 뿐 삼성만의 매력은 아직 발굴하지 못한 것 같다.

앱 화면은 아이콘의 생김새 탓인지 비슷한 느낌이 강하다. 다른 기기에 같은 OS를 얹어놓은 것 같은 투샷이다. 치-즈!

스마트워치의 디자인을 논할 땐 워치페이스를 빼놓을 수 없다. 기어S2는 상당히 다양한 워치페이스를 매력 포인트로 내세웠다. 그중 몇몇 디자인은 사용자 입맛에 맞게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다. 워치페이스 설정 방식은 애플워치와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 화면을 2초 이상 꾸욱 터치하면 워치페이스 설정 화면에 진입할 수 있다. 익숙한 포스터치가 느껴지지 않아 조금 허전하다.

기어S2는 이탈리아의 국보급 산업 디자이너로 불리는 알레산드로 멘디니와 디자인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다. 그가 디자인한 워치 페이스를 적용해 보았다. 아티스틱한 패턴과 화려한 컬러 덕에 훨씬 산뜻해 보인다. 역시, 디자인은 이름값이 중요하다.

우리가 의심의 눈초리로 시장을 지켜보는 사이, 스마트워치의 쓸모는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삼성 측은 몇 가지 앱을 소개하며 이 같은 쓸모의 영역을 설명했다. 택시 앱인 우버나 나이키 러닝 앱은 대표적인 예다. 이미 사용자들이 즐겨 쓰는 앱이 기어S2의 영역으로 들어왔단 뜻이다. 게다가 화면 속에 녹아 있는 UI도 멋스럽다.

차량과 연동해 사용할 수 있는 기능도 흥미롭다. 행사장에서는 주차 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알림을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이 소개됐다(유럽은 유료주차장에서 미리 주차 시간을 정한 뒤 선불 요금을 낸다). 워치를 스마트 키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스마트 워치가 사물인터넷의 일환이 될 수 있음도 보여줬다. 사용자가 집으로 들어왔을 때 조명이나 온도, 잠금장치 등을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 쉬운 예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기어S2를 통해 유기적인 흐름을 갖춘다면, 스마트홈을 움직이는 리모컨으로서 완벽한 가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기어S2에서 날씨 앱이나 여행 정보 앱 등 다양한 앱을 구동해보았다. 베젤을 돌려 원형 메뉴판에서 레스토랑이나 커피숍, 술집, 병원 등의 아이콘을 선택할 수 있는 옐프 앱이 특히 인상적이다.

요즘 핫한 삼성전자의 야심작 ‘삼성페이’도 빠지지 않았다. 지갑을 두고 왔다는 핑계를 대도 술값 계산을 피해 갈 수 없다는 무시무시한 존재 삼성페이 말이다. NFC 단말기에 시계를 갖다 대면 바로 결제가 완료되며, 교통카드로도 사용할 수 있다. 출근길에 버스나 지하철을 타며 지갑을 찾아 헤맬 필요 없이 손목만 갖다 대면 된다니. 정말 구미가 당기는 기능이다. 이젠 정말 돈 한 푼, 카드 한 장 없이 시계만 차고 돌아다닐 수 있는 세상이 오려나보다. 물론, 여기에도 한계는 있다. 처음엔 삼성페이를 홍보하며 기존 카드 단말기에서 지원하는 마그네틱 방식을 쓸 수 있음을 강조했는데, 기어S2는 NFC 방식만 지원하는 만큼 활용도가 떨어지게 된다. 

기어S2는 크게 두 가지 모델로 출시된다. 스포티한 엘라스토머 스트랩과 가죽 스트랩으로 중후한 멋을 더한 클래식 모델이 있다. 클래식 모델의 경우 전용 스트랩은 물론 20mm 규격의 모든 시계 스트랩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하니 패션 워치로서의 영역이 훨씬 넓은 셈이다.

두 제품 사이엔 약간의 차이가 있다. 기본형 모델은 3G를 지원해 스마트폰과 연동하지 않아도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클래식 모델은 3G를 지원하지 않는다. 또, 클래식 모델에만 베젤에 섬세한 디테일을 적용해 실물을 봤을 때 훨씬 시계 다운 모습을 뽐낸다. 워치페이스만 그럴싸한 디자인으로 잘 골라놓으면 수트 차림에도 어울릴 것.

자세한 정보를 원하는 분들을 위해 스펙을 간단히 나열하겠다. 1.2인치 360×360 해상도의 슈퍼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탑재했으며, 내장 메모리는 4GB. RAM은 512MB다. 무선충전과 고속충전을 지원하고, IP68 수준의 방진 방수 기능도 갖췄다. 배터리는 250mAh인데, 한번 충전으로 2~3일간 사용 가능하다고 한다. 3일은 믿기 어렵지만, 적어도 매일매일 충전하지 않아도 다음날 견딜 수준은 되는 것이니 안심이다.

마지막으로 제일 멋진 소식은 기어S2를 많이 팔기로 작정한 삼성전자가 자사 제품 외에도 모든 안드로이드 기기를 지원한다고 밝힌 것이다. 물론 사양에 따라 제약이 조금 있긴 하지만 대단한 소식이다. 정식 출시는 10월 초로 예정돼 있다. 그간 살만한 스마트워치가 없어서 서글펐던 안드로이드 사용자 여러분 모두 축하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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