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분노에 찬 말 한마디에 제약과 생명공학주가 ‘추풍낙엽’처럼 곤두박질 쳤다.
클린턴 전 장관은 2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특정 질병을 치료하는 약값에 폭리를 취하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라며 “내일 이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가 전날 보도에서 제약사의 약값 폭리 실패를 고발하자 클린턴 전 장관이 바로 반응을 보인 것이다. NYT는 시판된 지 62년이나 된 전염병 치료제 ‘다라프림’의 가격이 하루 만에 기존 13.5달러(약 1만5900원)에서 750달러로 50배나 뛰었다고 전했다. 지난 8월 다라프림의 소유권을 갖게 된 제약회사 ‘튜링’이 가격을 대폭 올린 것이다. 튜링은 헤지펀드 매니저였던 마틴 슈크레리가 운영하는 회사다.
슈크레리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소비자에게 바가지를 씌우려고 악의적으로 가격을 올린 게 아니다”라며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튜링 측은 힐러리 후보의 트위터 글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클린턴의 글이 트위터에 게재된 후 바이오 관련주는 우후죽순으로 하락했다. 나스닥 생명공학지수는 이날 4.4% 급락으로 장을 마쳤다. 이날 나스닥지수 종목 가운데 가장 많이 하락한 종목 10개 중 9개가 바이오주였다.
특히 바이오업체 레트로핀은 12% 폭락하며 가장 심한 타격을 입었다. 아이러니한 점은 다라프림으로 물의를 빚은 슈크레리가 설립했던 회사가 바로 레트로핀이라는 것이다. 슈크레리는 지난해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해고됐다. 레트로핀은 슈크레리가 부당하게 자사 지분을 자신이 헤지펀드 매니저로 있던 MSMB캐피털매니지먼트로 넘겨 6500만 달러의 손해를 끼쳤다며 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CNN머니는 투자자들이 슈크레리가 레트로핀에서와 같은 전략으로 튜링을 운영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레트로핀 이외 주요 종목을 살펴보면 바이오마린이 6.55% 급락한 122.09달러를 기록했으며, 바이오벤 역시 5.56% 떨어진 297.16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리제네론도 3.81% 하락했으며, 길리어드사이언스 역시 2.7% 빠졌다. 셀진도 2.84% 하락했다.
CNN머니는 이번 클린턴 후보의 발언으로 바이오주가 연달아 하락한 것을 두고 최근 수년간 급등세를 보인 흐름과 상반된다고 지적했다.
바이오주로 이뤄진 아이셰어즈나스닥바이오테크상장지수펀드(iShares Nasdaq Biotech ETF)는 바이오시장 호황에 힘입어 지난 5년간 300%나 폭등했다. 차세대 약물에 대한 관심과 제약사들의 끊이지 않는 인수·합병(M&A)이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그러나 클린턴 후보의 발언에 이 부문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불안이 떠오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