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 미국의 금리 인상 지연 등의 악재가 쌓이며 주요국 증시가 조정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국내에 설정된 해외 주식 펀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신흥국보다는 사정이 괜찮았던 유럽, 일본, 미국 등 선진국 펀드의 수익률까지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마땅한 해외 투자처 찾기가 더욱 어려워진 모습이다.
22일 펀드 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8일을 기준으로 해외 주식형 펀드 2692개(순자산 10억원 이상)의 평균 3개월 수익률은 -17.68%를 나타냈다.
이는 국내 주식형 펀드 2692개의 평균 3개월 수익률 -4.37%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해외 펀드 수익률 악화의 '주범'은 단연 중국 펀드였다.
순자산액이 6조6830억원으로 덩치가 가장 큰 중국 펀드의 3개월 수익률이 -28.82%를 기록하면서 전체 해외 펀드의 수익률이 크게 악화했다.
지난달 위안화 평가절하 충격을 전후로 상하이종합지수와 홍콩 H지수가 각각 -37.87%, -25.72% 폭락함에 따라 중국 펀드 투자자들의 손실이 특히 컸다.
이 밖에도 그리스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노출된 유럽 펀드의 3개월 수익률이 -4.62%를 나타냈고 북미(-2.17%), 독일(-2.54%), 일본(-8.31%) 등 선진국에 투자하는 펀드의 3개월 수익률도 줄줄이 마이너스였다.
'모디노믹스'에 힘입어 나 홀로 성장을 구가하던 인도 증시도 최근 세계 증시 조정의 격랑에 휩싸이면서 인도 펀드의 3개월 수익률 또한 -0.03%로 나빠졌다.
연초 후로 기간을 넓혀봐도 해외 주식형 펀드의 성적은 부진했다.
해외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3.83%로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 2.97%에 미치지 못했다.
유럽(7.44%), 일본(7.58%), 인도(1.95%), 러시아(9.41%) 펀드만 연초 이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상반기에 비하면 수익률은 크게 낮아진 상태다.
조정장 속에서 단기 성과가 나빠지자 해외 펀드로의 신규 자금 유입도 주춤해진 상태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 8월에는 각각 1352억원, 1523억원의 자금이 해외 주식형 펀드에 순유입됐지만 이달(1∼17일)에는 순유입액이 245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어느 한 지역이 좋지 않으면 다른 지역이 좋아야 하는데 미국 금리 인상까지 지연되면서 맘 편히 투자할 수 있는 곳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만 변동성 우려에도 양적완화가 계속되는 일본과 유럽에 대한 투자가 유효해 보인다"고 말했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위험을 분산시키는 차원에서 특정국 위주로 접근하는 대신 글로벌, 지역 펀드로 접근하는 것도 한 전략"이라며 "우리나라는 아직 전체 경제 규모 대비 해외 투자의 비중이 매우 적은 편이어서 앞으로 해외 투자의 비중이 높아지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