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자 합의 30년’환율 안정 취지 사라져…‘제2의 플라자 합의’ 주장도

입력 2015-09-2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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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자국 위주 통화정책 펼쳐, 신흥국 리스크 노출 커

▲사진출처=블룸버그
▲사진출처=블룸버그
주요 경제 대국이 환율을 안정시키고자 합의한 ‘플라자 합의’가 최근 계속되고 있는 환율전쟁으로 다시 조명받고 있다.

플라자 합의는 1985년 9월 22일(현지시간)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영국 5개국이 미국 뉴욕의 플라자호텔에서 뜻을 함께한 것으로, 환율 안정을 위해 서로 조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회의 개최 장소인 플라자호텔의 이름을 따서 플라자 합의라고 명명했다.

당시 합의를 두고 미국 레이건 행정부 시절 강달러 때문에 재정적자와 무역적자, 이른바 쌍둥이 적자에 시달리던 미국이 다른 나라를 압박한 결과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달러 강세를 달러 약세로 전환해 수출을 늘리고 수입은 줄이자는 취지였던 것이다. 미국의 대외 불균형은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합의가 이뤄졌다.

이후 달러 약세 현상은 곧바로 나타났다. 독일의 마르크화와 일본의 엔화 가치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일본 엔화는 3년 동안 50% 가까이 가치가 올라 1990년대부터 시작된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의 원인 중 하나가 됐다.

그로부터 30주년이 되는 현재 플라자 합의의 기본 정신은 잊히고 각국은 다시 자국의 이익을 위한 정책에 치중하고 있다.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인 중국은 위안의 가치를 낮추는 정책을 계속 도입해 세계 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다. 기준금리를 잇달아 내리는가 하면, 지난달에는 위안화 가치를 연이어 평가절하했다. 심지어 중국이 연말까지 10~15% 추가 절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 흘러나오고 있다.

미국의 금리 동결 결정도 환율을 의식한 조치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지금보다 더 심한 달러 강세가 나타나고 이는 미국의 경기 회복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의도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유럽도 경기 회복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올해부터 양적완화를 진행 중이다. 이는 유럽연합(EU) 단일화폐인 유로의 약세로 이어졌다. 이 가운데 중국의 침체가 예상보다 심하고 미국의 금리 동결 결정이 내려지자 유럽중앙은행(ECB)은 추가 양적완화 카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브느와 꾀레 ECB 집행이사는 미국의 금리동결 결정이 난지 하루 만인 지난 18일 “ECB는 필요할 경우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예정된 2016년 9월 이후에도 연장하는 유연성을 갖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일본은 2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등 경기 부진이 나타나고 있어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본은행(BOJ)의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도 지난 15일 금융정책위원회 회의에서 “물가 상승률이 목표에 미달할 경우 주저하지 않고 양적완화를 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긴 바 있다.

이처럼 각국이 화폐 가치 인하 움직임을 보이자 다시 ‘제2의 플라자 합의’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제이컵 루 재무장관은 최근 전 세계적인 통화 가치 절하 움직임을 지적하면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이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 강대국 사이에 낀 신흥국들은 갈팡질팡하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금리를 내려서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면 수출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저유가로 경제 성장에 타격을 입은 노르웨이가 조만간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러나 상당수 신흥국이 이미 통화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한 상태여서 인위적으로 더 내려도 큰 효과가 나기 어렵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강대국과 맞서겠다고 환율 전쟁에 뛰어들어봐야 기대효과가 크지 않은 뿐더러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호주와 태국, 인도네시아 등이 몇 개월째 금리를 동결하고 있다.

이번 주 통화정책회의를 개최하는 멕시코와 터키 헝가리 이스라엘 필리핀 체코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도 중국발 쇼크로 수출이 감소하고 성장률이 하락하는 문제를 풀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해외 투자은행들 상당수는 한은이 연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일부는 내년 초까지 두 차례 내릴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가계부채 부담 등으로 인해 한은이 쉽게 금리 인하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소시에테제네랄 오석태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금리를 내리기에는 가계부채 문제가 크다”면서 “또 지난 7월까지 41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를 낸 국가에서 환율전쟁에 뛰어든다고 하면 외부의 시선이 곱지 않은 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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