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양면성을 숨기고 싶어한다. 필자 역시 겉과 속이 다른 삶을 살아갈지 모른다는 생각을 자주한다. 드러내놓고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할 뿐이지, 무의식적인 언행이 누군가에게는 그렇게 비쳐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K회장의 양면성은 지나치다 못해 너무 심하다는 느낌이다. 300만 중소기업의 권익을 대변한다고 하는 중소기업중앙회의 전임 회장의 얘기다. 아마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양면성을 지닌 소유자가 아닐까 싶다. K회장은 자수성가형 기업인으로 유명하다. 2007년 중소기업중앙회장 선거에 당선된 뒤 연임에 성공, 8년간 중소기업의 권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그런 그가 최근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됐다는 소식은 충격 그 자체였다. 네이버에서 중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출연한 ‘중소상공인 희망재단(희망재단)’의 자금 유용 문제였다. 희망재단은 중소상공인의 비즈니스 경쟁력 향상을 위해 설립된 공익법인이다. K회장은 희망재단 초대 이사장으로 추대됐다. 그런 그가 지난 6월 15일 이사회를 열고 자진사퇴했다. 이유를 들어보니 믿기지 않았다. K회장이 희망재단의 자금 유용에 휘말렸다는 소식이었다.
K회장은 비상근직인 희망재단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정액의 보수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18개월 동안 K회장을 비롯해 운영위원장, 비상근이사 등 3명에게 지급된 보수는 총 1억7000만원으로 집계됐다. 또 재단 규정상 휴가비와 격려비 등의 지급 근거가 없음에도 비상근임원과 상근직원 등 9명에게 5000만원 이상을 지급했다. 법인카드 역시 정관에서 정한 곳 외에 유용한 흔적을 발견했고, 상근직원이 구입한 자가용 할부금을 재단에서 지원한 사례도 드러나는 등 자금 유용이 심각했다. 이는 재단자금을 쌈짓돈인 양 유용한 것으로, 상황에 따라서는 배임·횡령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 감사에서도 적발됐다. 미래부는 희망재단에 소명 기회를 한 번 더 준다고 하지만, 자금 유용의 감사 결과가 뒤바뀔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K회장은 다른 건으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 K회장이 중기중앙회 회장으로 있을 때 소속 임원들에게 돈을 걷어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란다. 아이러니한 것은 K회장이다. 그가 살아온 발자취는 누구보다 중소기업의 애로 사항과 열악한 처지를 잘 이해하는 자리에 서 있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상황을 놓고 보면 K회장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물론 일각에서는 좋은 평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8년간의 중기중앙회장 재임 기간 중소기업을 쉴 틈 없이 대변했고, 노란우산공제, 홈앤쇼핑 출범 등 굵직한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그렇더라도 K 회장에게 불거진 의혹이나 허물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오히려 그런 성과마저 양면성의 다른 면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무엇보다 K회장을 믿고 따랐던 300만 중소기업이 느낄 실망감과 절망감은 무엇으로 대신할지 걱정이다. 다소 늦은감이 없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K회장이 직접 진실이 담긴 목소리를 들려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