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비디오게임업계가 ‘게임은 청소년들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을 깨고 있다. 업계가 중년 키덜트족 공략을 위해 콘솔게임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사업의 초점을 전환하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어린 시절 콘솔게임을 열광적으로 즐겼던 일본의 중년층은 직장생활과 결혼 육아 등으로 게임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자 모바일 게임으로 욕구를 채우고 있다. 덕분에 일본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는 이미 연 70억 달러(약 8조2200억원)로 급성장했다. 이는 미국의 56억 달러와 서유럽의 32억 달러를 능가하는 수치다. 도이체방크는 “오는 2016년 말에 일본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가 86억 달러에 달해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중국은 76억 달러로 미국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특히 20대 후반에서 45세의 게임 이용자들이 스마트폰 게임에 쓰는 비용은 월 6000엔(약 5만8600원)에 달해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모바일 게임 시장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고 FT는 강조했다.
업계는 지난 2000년 출시된 소니 플레이스테이션(PS)2에 열광했던 세대가 이제 중년층에 진입하고 있어 모바일 게임 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스마트폰 게임은 특성상 게임 내 아이템 구매 등을 유도하는 성향이 있어 청소년보다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중년층의 지갑이 더 쉽게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의 인기 모바일 게임 ‘브레이브 프런티어’ 배급사인 구미(Gumi)의 구니미쓰 히로나오 설립자는 “20대 후반에서 45세에 이르는 그룹은 이전 세대보다 더 게임에 열광했지만 지금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콘솔게임을 할 여유가 없다”며 “이들 상당수가 PS3나 PS4로 업그레이드하는 대신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즐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게임을 즐기는 시간대는 주로 출퇴근 시간이나 점심 시간에 몰려 있다”며 “한 번에 몇 분 정도의 짧은 시간만 이용하는 구미 게이머들과 달리 시간도 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본 업체 가운데서도 모바일 게임을 경시했던 업체는 고전이 예상된다. 대표적인 예가 닌텐도다. 제이 데피보 크레딧리요네증권(CLSA) 게임 애널리스트는 “닌텐도는 모바일 게임 강자로 부상할 잠재력은 충분하다”며 “다만 회사의 지난 수십년간 유일한 목표는 게임을 한 번 잡으면 오랜 시간 동안 즐기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는 모바일 게임 앱 개발, 서비스와는 정반대되는 개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