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세 인상이 사실상 증세정책으로 드러나면서 정부의 불분명한 재정정책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취임 이후 증세에 대한 소극적인 입장을 피력해왔다. 하지만 경기부양을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 또한 피할 수 없다는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건강증진이라는 담뱃세 인상이 '조세저항'논란 속에서도 무리하게 추진된 것은 이 같은 배경이 컸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내년 386조7000억원이란 세수 대비 마이너스 예산안을 내놓은 정부가 여전히 증세에 소극적인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주재한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선 증세에 소극적인 정부에 대해 정치권의 비판이 이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의원은 "고통 분담 차원서라도 재벌 대기업이 돈을 풀어야 한다. 재벌 대기업의 작년 (법인세) 실효세율이 16.2%에 불과하다"며 "710조원 (사내유보금의) 1%만 출연해도 30만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도 "담뱃세를 올릴 때는 증세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세금 감면은 서민 혜택이라면서 세금 인상은 고소득층 부담이라고 한다"며 "기재부의 세제 홍보가 과거사에 대한 일본 정부의 왜곡행태에 버금간다"고 꼬집었다.
새누리당의 나성린 의원 역시 "기존의 비과세·감면 축소나 지하경제양성화는 한계에 다다랐다"고 증세에 인색한 정부를 성토했다.
하지만 최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지금은 기업의 투자를 늘려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런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할 때지, 법인세를 올려서 가뜩이나 안 하는 투자를 줄이고 (기업을) 해외로 나가게 할 때는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같이 정부가 증세에 소극적인 입장을 내비치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 전반에 무리가 따른다는 점이다. 실제로 SOC사업을 비롯해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많은 사업계획엔 정부투자 자본의 비율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정부는 그 공백을 기업 등 민간자본으로 채우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투자수익 등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확장적 재정정책 속에서 재정건전성 악화가 가중되면서 자칫 증세 시기를 놓칠 경우 '꼼수'증세에 따른 정책 신뢰성 상실에 대한 비판이 이는 것은 물론 우리 경제도 치명적인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