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의 준대형 세단 쉐보레 임팔라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반면 경쟁 차종인 현대차 아슬란은 '차종 교환'이라는 승부수를 던질 만큼 궁지에 몰렸다.
1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국내에서 본격 판매되고 있는 임팔라는 공격적인 가격 정책 등에 힘입어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고 있다. 계약이 이뤄졌는데도 아직 인도되지 않은 차량이 8천대를 넘어섰다.
한국GM 관계자는 "계약은 계속되는데 공급이 제한적이라 본사에 물량을 추가 요청해 협의 중"이라면서 "계약 후 차량 인도까지 옵션에 따라 2∼3개월이 걸린다"고 말했다.
임팔라는 정식 출시 전에 이미 사전계약 물량이 약 4천대에 이를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은 바 있다.
전시장에 차가 깔린 직후인 지난달 31일에는 하루에만 계약 물량이 900대 넘게 기록돼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어 일주일 뒤인 지난 7일에는 이를 훨씬 뛰어넘어 1400여대가 계약되는 등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GM은 임팔라의 경쟁 모델로 현대차 그랜저와 아슬란 등을 꼽고 있다.
임팔라의 가격은 3363만∼4136만원으로 미국에서 수입되는데도 현지보다 싸다. 그랜저보다는 400만원 가량 비싸지만 각종 사양이 더 충실하다는 것이 한국GM의 설명이다. 임팔라는 아슬란과 비교하면 400만원 이상 싸다.
임팔라의 인기로 전부터 판매량이 뚝뚝 떨어지던 아슬란은 더욱 위기에 처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본격 판매된 아슬란은 올해 들어 8월까지 판매량이 6267대에 불과했다.
2월까지만 해도 월 1천대 수준이었지만 5월에는 504대로 반 토막이 났으며 6월에 771대로 증가했다가 7월 612대로 떨어진 데 이어 8월에는 425대에 그쳤다.
현대차는 올해 아슬란을 2만2천대 판매해 독일 브랜드에 맞서 고급차 시장의 새 역사를 쓰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재의 추세라면 목표의 절반도 채우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이런 판매 부진을 타개하고자 아슬란 차종 교환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임팔라가 출시된 지난달 말부터 시작됐으며 종료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아슬란을 구입한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출고 후 한 달 이내에 소비자가 차량에 만족하지 못하면 그랜저나 제네시스로 바꿔준다는 것이다.
현대차 측은 아슬란 판매 부진 상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최대한 많은 고객이 직접 타보게 하고 혹시나 불만족스러우면 교환도 해 드릴 만큼 아슬란의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이벤트"라고만 설명했다.
아슬란 구매가격이 교환 차량의 가격보다 높으면 차액을 소비자에게 돌려주고 이와 반대로 아슬란 구매가격이 교환 차량 가격보다 낮으면 소비자가 차액을 추가로 내야 한다.
이에 대해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수입차나 임팔라 같은 경쟁 차종에 굉장히 압박을 받아 이례적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는 것 같다"면서 "아슬란이 잘 안 팔린다고 자존심을 접고 포기할 수는 없겠지만 흐름을 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달부터 아슬란 고객을 대상으로 강남 오토스퀘어에서 '아슬란 뮤직 아틀리에'라는 클래식 음악회도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