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승계구도와 지배구조 개편이 국내 재계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아니나 다를까 국내 최대 대기업집단인 삼성그룹이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헤지펀드의 공격을 받아 홍역을 치렀다. 이어 승계구도를 앞두고 롯데그룹에서는 형제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결국 경영권 다툼으로 번졌다. 이 같은 국내 재계의 상황은 급기야 정치적 논리와 맞물리면서 국내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 투명화에 대한 여론이 거세졌다. 게다가 국내 대기업집단 내 지배구조상 중요한 위치에 있는 비상장사들의 투명화를 위한 기업공개 등에 대한 압박이 거세질 전망이다. 국내 대기업집단 내 비상장사들이 기업공개를 통해 상장될 경우 각 그룹별 시장가치는 큰 변동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본지는 국내 경제계의 버티목 역할을 하고 있는 30대그룹의 그룹가치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분석한다.
◇첫 400조원 클럽 코앞 = 삼성그룹은 최근 10년간 그룹 시장가치가 2.4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나이스신용평가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삼성그룹의 전체 평가가치(상장사=시가총액, 비상장사=순자산가치)는 393조597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10년 전인 2005년 말 기준 162조7359억원과 비교해 140% 이상 뛴 금액이다. 연도별로 보면 2006년 162조2033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소폭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듬해 183조1352억원으로 늘었다. 이런 모습은 2008년까지 이어지다가 2009년 말 200조원을 훌쩍 넘는 228조4349억원으로 급격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2년에는 376조9889억원으로 전년도 277조1604억원과 비교해 100조원가량 늘어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에는 그룹 전체 가치가 393조원을 웃돌면서 국내 최초로 400조원 시대를 코앞에 두게 됐다.
특히 삼성그룹 전체 시장가치 변화에는 삼성전자의 주가 변화에 따라 큰 변동폭을 보인다는 한계에서 벗어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연도말 기준 시가총액이 72조원대로 떨어진 지난 2008년 삼성그룹의 전체 평가액은 144조원대로 전년도 183조원과 비교해 39조원이 증발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219조1901억원으로 전년도 225조2249억원과 비교해 6조원가량 빠졌지만 그룹 전체 평가액은 393조원대로 전년도 363조원대와 비교해 30조원가량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금융계열사들의 시가총액 약진과 비상장사들의 사업구조조정을 통한 잇단 기업공개가 그룹 가치를 높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그룹 전체 평가액의 기둥인 삼성전자의 주가가 예전 모습을 찾지 못해 9월 말 현재 166조원대로 지난해 말 기준 219조1901억원과 비교해 50조원이상 증발했다. 이에 따라 올 4분기에 삼성전자의 주가가 어떤 행보를 걷느냐에 따라 삼성그룹 가치 400조원 시대 달성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그룹 성장지표 회복 관건 = 삼성그룹의 전체 매출은 지난 2001년 이후 2002년과 2004년을 제외하고 매년 큰 폭의 성장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302조897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가량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룹 전체 당기순이익도 20조9990억원으로 전년도 대비 13%가량 줄어드는 등 최근 5년간 가장 저조한 모습을 보이면서 20조원대가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다. 특히 최근 낮은 소유 지분으로 거대한 대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순환출자 구조가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되면서 단단한 승계구도 구축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이 시급한 상황이다. 또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서 헤지펀드 등 약점을 파고 들어오는 자본 세력에 대한 부담도 커진 것이 현실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확실한 승계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실적 개선과 함께 그룹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