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인 홈플러스도 빠지지 않았다. 계약이 성사되자 그동안 M&A와 관련해 입에 단단히 지퍼를 채웠던 홈플러스 경영진은 쏜살같이 새 주인 띄우기에 나섰다.
가장 먼저 꺼내든 단어는 ‘한국 투자자’였다. 홈플러스는 MBK파트너스와 동시에 언론에 관련 자료를 배포해 “1997년 삼성물산에서 대구 1호점으로 시작한 홈플러스가 1999년 영국 테스코에 경영권을 넘긴 이후 16년 만에 다시 한국 투자자의 품에 안기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애국심’에 호소하며 거대 글로벌 자본의 공격에 당하지 않게 도와달라고 했던 ‘통합 삼성물산’의 이름이 거론된 점도 아이러니했다.
MBK가 향후 2년간 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에 그들은 “홈플러스가 국내 기업으로서 자기 주도적인 경영혁신과 성장을 이룰 것이라는 희망적인 분석이 지배적”이라고도 평가했다. 도성환 사장은 “이번 계약에 의해 바뀌는 것은 주주일 뿐, 1900만 고객, 2000여 협력회사, 7000여 테넌트 임대매장, 2만6000명의 임직원은 바뀌지 않는다”며 “오히려 이번 기회를 통해 ‘진짜 홈플러스’의 모습을 재창조하면서, 고객과 사회를 위해 혁신과 도전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짜 홈플러스’와 ‘토종’(한국 투자자)이 오버랩되는 순간이다.
홈플러스 경영진의 기대감이 묻어나는 대목이지만 주변에서는 그들이 순진한 건지, 대놓고 새 주인을 띄우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MBK가 한국 국적의 사모펀드지만 표면적으로 봐도 이번 계약은 토종 자본의 단독 작품이 아니다. 캐나다연기금, 캐나다공적연금, 싱가포르의 테마섹 등이 포함돼 있다. 국내 투자자인 MBK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해도 글로벌 자본의 입김이 언제든지 작용할 여지가 존재한다.
사실 자본의 국적 논란만큼 유치한 것은 없다. 홈플러스 경영진은 테스코가 주인일 때는 그들의 논리에 충실했고, 한국 투자자가 주인이 되더라도 바뀌는 게 없다는 걸 잘 알 것이다. 대신 이제 주인이 한국 투자자로 바뀌었으니, 그동안의 개인정보 판매나 갑질 논란을 ‘토종·애국 마케팅’으로 덮어버리자는 불순한 의도가 느껴진다면 나만의 ‘오버센스’일까?
확률적으로 보면 사모펀드는 자신들이 투자한 돈을 어떻게든 부풀려 회수할 목적이 강하다고 보면 된다. 돈이라는 것은 토종과 외국산이 다를 수 없다는 걸 우리는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 인수하자마자 착수하는 구조조정의 칼날이 매섭고, 가져가는 돈의 액수가 천문학적이다. 인수한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에 역행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홈플러스 현 경영진의 ‘한국 투자자 띄우기’가 냉소적으로 보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