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통신장비ㆍ스마트폰업체 ZTE가 미국시장에서 인지도는 거의 없지만 빠르게 점유율을 높여나가고 있다고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리서치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미국 스마트폰시장에서 ZTE 점유율은 8%로 애플과 삼성전자, LG전자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4.2%와 비교하면 두 배 성장한 셈이다.
미국 1위 이동통신업체 버라이즌와이어리스를 제외한 3사, AT&T와 스프린트, T-모바일이 ZTE 스마트폰을 판매한다. 이들 통신사 판매점에서 ZTE 제품은 애플 아이폰과 삼성 갤럭시폰에 밀려 선반 구석에 숨겨져 있어 찾기도 힘들다. 그러나 ZTE는 엄청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조용히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예를 들어 ZTE의 ‘메이븐(Maven)’ 하드웨어 성능은 아이폰6보다 1~2년 뒤쳐져 있다. 그러나 가격은 60달러(약 7만1000원)로, 아이폰6(650달러)의 10분의 1도 안 되기 때문에 고객들이 찾게 된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이 폰이 ZTE의 가장 싼 스마트폰도 아니다. ZTE의 선불폰 중에는 30달러 제품도 있다.
청리신 ZTE 미국 법인 대표는 “우리는 미지의 곳에서 미국시장에 와서 굳건히 자리를 굳혔다”고 자신하고 있다. 사실 미국에서 ZTE는 통신장비업체로 잘 알려졌지만 안보 등의 이유로 이 부문 진출은 사실상 봉쇄당한 상태다. ZTE 경쟁사인 중국 화웨이도 같은 이유로 미국시장 진출이 좌절되자 사업 초점을 캐나다로 맞췄지만 회사는 통신장비 대신 스마트폰에 집중했다.
에릭슨 출신의 청리신 대표는 지난 2010년 ZTE에 합류했다. 그는 미국 일반 소비자들은 의회와 달리 화웨이 제품이 중국산이라는 것에 개의치 않을 것이라고 인식하고 이런 변화를 주도했다. ZTE는 처음에 메트로PCS 등 미국 중소 이통사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다가 대형 통신사로 확대했다. 이통사 이외 월마트와 타깃, 베스트바이 등 일반 소매점에서도 ZTE 제품을 취급한다.
브랜드 인지도는 중국 업체 중에서도 낮은 편이지만 미국시장에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레노버는 구글로부터 모토로라모빌리티를 인수했지만 미국 점유율은 오히려 지난해 1분기의 5.3%에서 지난 2분기 3.1%로 낮아졌다. 샤오미는 아직 미국시장 진출도 하지 않고 있다.
ZTE가 싼 제품에만 의존해 미국시장 공략을 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는 지난 2년간 미국프로농구(NBA)의 휴스턴 로켓츠, 뉴욕 닉스, 골든스테이트 워리워스 등과 손잡고 이들 팀의 로고와 앱이 들어간 폰을 만들었다. 미국 정치권의 비판을 의식해 로비 비용으로 지난해 95만 달러를 지출했다. 이는 2011년의 17만 달러에서 많이 늘어난 것이다.
ZTE의 다음 도전 과제는 이런 높은 판매량을 매출로 연결하는 것이다. 미국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초 이후 두 배 가까이 뛰었지만 매출은 3억5400만 달러에서 3억6900만 달러로 4% 증가에 그쳤다. 이는 제품당 단가가 매우 낮기 때문이다.
ZTE는 지난 7월 중고가시장을 노리고 450달러의 ‘액손 프로(Axon Pro)’를 출시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이 폰의 존재를 알고 있는지조차 불확실하다. 그러나 ZTE 미국 법인의 정부 관계 담당 선임이사인 피터 루퍼는 “ZTE는 긴 안목을 갖고 있다”며 “우리는 매우 인내심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