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마녀사냥’을 벌일 조짐이다. 정부가 증시 혼란의 책임을 떠넘기려 하면서 투자자와 현지 애널리스트 등 시장 관계자들은 분노한 정부의 표적이 될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최근 증권사와 상장기업 임직원은 물론 증권과 금융당국 소속 공무원까지 배임과 주가조작, 헛소문 유포 등의 혐의로 구속되거나 조사를 받았다. 특히 중국 헤지펀드계의 거물인 리이페이 만그룹 중국 부문 회장이 이번 주 초 당국의 증시안정 특별대책회의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는 소식이 불안감을 더욱 부추겼다.
앞서 주요 외신들은 리이페이가 공안(경찰)에 구속돼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리이페이의 남편인 왕차오융 신중리자본그룹 대표는 이를 부인했지만 회의에 불려갔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한 현지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정부의 감독이 더욱 강화했음을 느낀다”며 “우리는 보고서에서 더욱 부드러운 말을 쓰거나 견해를 제시할 때도 강하게 하지 않도록 요구받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증시 상하이종합지수는‘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기념일(전승절)’ 70주년 열병식을 하루 앞둔 이날 장 초반 5% 가까운 급락세를 보이다가 후반 들어 낙폭을 줄이면서 0.3% 하락으로 마감했다.
중국 정부는 주식 매입 등 증시 부양에만 2000억 달러(약 237조원)의 돈을 썼지만 상하이지수는 여전히 6월 중순 정점 이후 40% 이상 하락한 상태다.
중국 저명 경제지 차이징의 한 기자는 ‘정부가 시장개입에서 후퇴할 것 같다’는 기사를 썼다가 당국에 구속됐다. 시장에 공포와 혼란을 불러일으켰다는 이유에서다. 그밖에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 관리인 류슈판과 씨틱증권 임원 4명이 내부자 거래 혐의로 구속됐다.
미국 헤지펀드 시타델의 중국 증권 자회사 계좌 하나는 당국의 초단타 매매 조사로 동결되기도 했다. 홍콩 투자은행의 한 트레이더는 “당국의 조사가 투자심리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미국의 큰 투자자라면 이런 일이 벌어지는 시장에 투자하겠는가”라고 푸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