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2일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 정의라고 독단하는 것은 아닌지, 옛날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수직적 통치 형태로 회귀하려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이 전 총재는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대통령의 리더십 특강’을 통해 “이 사회가 패기 넘치는 사회가 되느냐, 아부하는 사회가 되느냐는 것은 리더들, 특히 대통령의 리더십에 달려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 전 총재가 공개석상에서 발언에 나선 건 2012년 대선 이후 처음이다.
그는 최근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사퇴 파동과 관련해 “유 의원이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배신자라는 욕이 막 쏟아져 나오고, 왕따시키는 것 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것을 보면서 이래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도 했다.
이어 “대세에 몰려 부화뇌동하는 이런 분위기는 정말 유해한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통일 대박론’에 대해서도 “통일에 대한 여러 가지 기대와 환상이 나와서 어떨 때는 이것을 현실적으로 조금 조향을 할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유포리아(과도하게 들뜬 감정)라고 할까, 이런 분위기도 감지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남북고위급 접촉 이후 남북 간 교류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데 대해 “군사적 대치와 대량살상무기 등에 대한 현실적 접근 없이 막연하게 남북관계 정상화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데, 그걸 자꾸 들먹이는 것은 오히려 국민에게 환상을 갖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총재는 또 총리의 역할과 관련, “대통령은 앞으로 총리에게 역할 분담으로 일을 시켜야 한다”면서 “총리는 대통령과 항상 맞서 싸우란 얘기는 결코 아니지만, 대통령이 싫어해도 바른 소리를 하고 직언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