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수출입 감소세에 지난 2011년부터 수성해 온 ‘연간교역 1조달러’ 금자탑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국제유가 하락, 엔저, 중국 경기부진 등 대외악재가 겹치면서 8월 수출액은 6년만에 최대폭으로 떨어졌다.
정부는 지난 4월과 7월 두 차례나 수출 활성화 대책을 내놓으며 하반기 수출 반등을 기대했지만 오히려 부진의 골은 깊어지는 모습이다. 이대로라면 정부가 자신했던 5년 연속 ‘무역 1조달러’ 달성도 어려울 전망이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8월 수출액(잠정)은 393억3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14.7%나 줄었다. 월간 수출액이 400억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1년 2월 385억달러 이후 처음이다. 감소폭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직후인 2009년 8월(-20.9%) 이후 6년 만에 최대다. 수입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3% 크게 줄어 349억8000만달러에 그쳤다.
이로써 올 들어 8월까지 누적 교역액은 6507억달러를 기록했다. 2011년 교역 1조 달러를 달성한 후 지난 4년간 8월까지 평균 6600억달러 안팎의 교역액을 달성한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90억달러 이상 부족한 것이다.
올해 남은 기간에도 이 같은 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유가하락과 중국 등 주요국 성장 둔화 등 수출에 부정적인 대외변수가 여전히 상존하고 있어 큰 폭의 수출 호조는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앞으로의 수출 여건도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여 올해 교역 1조 달러는 사실상 불가능한 목표가 됐다.
전문가들도 세계 교역 부진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폭으로 감소하는 등 대외 여건 악화로 무역 규모 1조달러 달성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심혜정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원은 “우리나라 수출은 상반기 기준 사상 처음으로 세계 6위를 기록했지만 상반기 무역 실적이 부진을 면치 못했다”면서 “하반기에도 국제유가 상승이 불투명한데다 중국 경기 불안과 미국 금리 인상 등 부정적 요인들이 산재해 있어 올해 무역 1조 달러 달성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실제 세계 교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1~5월 기준) 교역물량은 지난 3년간(2012년~2014년)의 증가율(2~3%)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교역단가가 14.1%나 하락하면서 상반기 교역부진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성환 산업연구원 산업통상분석실 연구위원도 “하반기 수출은 상반기보다는 다소 호전되겠지만 전체적으로 부진한 모습이 예상되고 수입은 수출 부진에 따른 중간재 수입 둔화와 원자재 수입 감소 등으로 감소세가 지속될 전망이다”며 교역 1조달러 달성이 어려울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이같은 전망에 대해 정부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선을 그었다. 윤갑석 산업부 무역정책관은 교역 1조 달러 달성 가능성과 관련 “8월까지의 교역규모가 정확히 66%, 3분의 1을 차지한다”면서 “남은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호재요인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