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싱가폴’로 갈까, ‘갈라파고스’로 갈까?

입력 2015-09-01 17:08 수정 2015-09-02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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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청 보건위생과 의료산업담당 팀장 김기용

제주도청 보건위생과 의료산업담당 팀장 김기용

“언제 그런 일이 있었지”라고 할 정도로 대한민국은 일상으로 돌아왔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얘기다. 아직도 치료를 받고 있는 메르스 환자가 9명이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오늘로 메르스 신규 확진자가 58일째 한 명도 없지만, 지금도 메르스가 휩쓸던 대한민국 상황이 떠오를 때면 제주도(도지사 원희룡) 공직자로서 하루하루 가슴을 조아렸던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한 명의 메르스 환자도 발생하지 않았던 청정 제주도 역시 메르스 여파를 피해갈 순 없었다. 단기간이었지만 흡사 메뚜기 떼가 휩쓸고 간 들판처럼 제주도 경제는 앙상한 뼈만 남은 느낌이었다. 도내 전체 방문 관광객 중 27%가 외국인 관광객이어서 그 여파는 더 컸다.

숙박업, 음식업, 호텔, 관광․전세버스, 전통시장, 골목상권 등 어느 한 곳 어려움을 호소하지 않았던 곳이 없었다. 자영업자에서 중소․중견기업까지 충격도 컸고, 위기의식도 높았다. 메르스 사태 이후 감소한 외국 관광객은 아직도 예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숙박․음식업 영업주로부터 여러 통의 전화를 받았다. 모 업체 사장은 메르스로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제주를 찾지 않아 “호텔과 식당 문을 닫고 종업원들은 전부 휴가로 보냈다”고 어려움을 호소하는 민원이었다. 속 시원한 답변을 못해드려, 가슴이 막힌 느낌이었다.

관광서비스산업이 제주도 산업에서 71%를 차지하고 있고, 관광서비스수입이 전체 지역총생산에서 76%를 점유하는 제주도에서 관광산업이 위기가 올 때 해법은 뭘까.

여러 대안이 있을 수 있지만 일단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게 만들어야 된다. 또 찾아오시는 외국 관광객들이 저가관광객이 아니라 고부가가치의 목적형 관광객들로 변화해야 한다. 언제까지 깃발이 난무하는 덤핑가격의 단체관광객들을 모셔다 입장료가 없는 관광지를 보고 짝퉁 화장품을 사가는 외국관광객에게 제주는 어떤 이미지로 남겠는가. 눈 뜨고 코 베가는 저가 깃발관광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생각해보자. 돈 많은 외국관광객들이 우리 도를 방문해 청정 제주에 감동해 오래 머물고 즐기면서 맛집도 찾고, 쇼핑도 하고. 돈을 물 쓰듯 쓰고 간다면 어떨까. 그 돈은 어디로 갈까. 도민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우리 주변의 지인과 가족들의 서민경제를 살찌는 데로 흘러간다.

한 마디로 말해 돈 많은 외국관광객이 제주도에서 장기간 체류하며 돈을 쓰게 만들자는 말이다. 번개 불에 콩을 볶아 먹듯 스쳐가는 3박5일 일정이 아니라 30박 31일의 장기체류형 의료관광이나 기업의 보상관광, 마이스(MICE)관광으로 가야 한다는 말이다. 관광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이다.

지금 대한민국 공직자가 해야 할 최고의 가치는 일자리를 만들고 서민경제를 풍성하게 하는 일이다. 낡은 이념에 사로잡힌 북한 김일성도 살아생전 “인민들에게 이밥(쌀밥)에 고깃국을 먹이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그럼 제주도 공직자가 해야 할 일은? 도민들이 “걱정 없이 이밥에 고깃국을 드시도록”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일이다. 그 길이 관광에서는 관광산업을 새로운 고부가가치 관광산업으로 바꾸는 일이다.

그런 취지에서 정부와 국회는 제주도, 인천 송도권, 대구‧경북권, 부산‧진해권 등 9개 지역에서 외국인 의료법인을 설립해 외국관광객을 대상으로 의료관광을 할 수 있도록 특별법을 만드는 특혜를 베풀었다. 그 중에서 외국의료법인 유치에 성공한 곳은 제주도 1곳 뿐이다. 현재까지 타 지역은 다 실패했다. 왜 제주도만 성공했을까.

제주도를 국제자유도시를 변화시키고, 핵심프로젝트로 제주에서 외국의료기관을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 것. 이것이 외국인 전문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이다.

제주특별법에 따라 외국인이 투자하고․운영하는 외국의료기관의 사업비는 전액 외국 사업자가 투자한다. 제주도 재정에서 부담하는 예산은 한 푼도 없는 민간투자 의료사업이다.

외람되지만 귀를 세우고 들어주시길 호소한다. ‘외국의료법인’이 있다. 그건 제주특별법이 정하고 있는 외국의료기관으로 외국법인이 설립하는 병원이다. 이 병원을 이용할 장래 고객도 의료관광을 오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다. 여기에 내국인이 갈까. 건강보험 적용도 되지 않는 곳에.

필자의 경우라면 남이 돈을 주고 가라면 모를까, 내 돈을 주고 갈 이유가 없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의료수가도 비싼데다 의사들 실력도 모르는 데 거길 왜 가는가 말이다. 우리 도에는 올해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한 1차 의료질 평가에서 전국 최고 등급을 획득한 제주대학교병원이 버티고 있다. 한라병원도 있다. 중병이라면 몇 만원의 저가비행기를 타고 1시간이면 서울에 도착해 S병원이나 A병원 등 세계적인 대형종합병원에 가는 게 인지상정(人之常情) 아닐까.

그래서 하는 말이다. 47병상 녹지국제병원(제주영리병원)을 두고 “대한민국 의료체계가 무너진다” “고가 의료비 부담으로 사람이 죽어나간다” “건강보험료가 폭등한다”란 주장이 사실일까. 허상이다. “미국소고기가 들어오면 다 광우병에 걸린다. 화장품만 발라도 광우병에 걸려 죽는다”는 주장과 다를 바가 없다.

게다가 우리 도민들이 거기(녹지국제병원)를 왜 가는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서 구경이나 할 겸 갈 수는 있을지 모르겠다.

다양한 주장이 표출되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다. 또 누구나 주장할 수 있고 주장이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도민의 경제를 살찌우고 저녁이 있는 여유로운 삶을 만드는 것 아무나 할 수 없다. 행동과 발언에 책임을 지는 필자와 같은 공직자들이 모범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말이다. 그것이 도민을 하늘처럼 받드는 일이다.

이미 우리는 외국인 의료관광에 성공한 싱가폴, 태국 등에 뒤쳐져 있다.

한쪽에서는 100조원대 국제의료시장을 선점하려고 쟁탈전이 가열되고 있다. 한국은 문화산업에서 시작한 한류가 최근 의료분야로 확산하고 있다. 이 기회를 놓치면 언제 올지 모른다.

이제 길을 가는 도민을 붙잡고 물어보자. “제주도가 싱가폴과 같은 개방된 생태계로 가야 할까요, 남태평양의 갈라파고스처럼 폐쇄적 생태계로 가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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