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칼럼] 기업가정신 의무교육

입력 2015-08-3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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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세계는 지금 기업가정신 의무교육이 대세다. 유럽에서 2006년 오슬로 어젠다를 통해 초·중·고교부터 기업가정신 의무교육을 권고한 데 이어, 세계경제포럼(WEF)도 2010년 기업가정신 교육 선언을 통해 전 세계에 기업가정신 의무교육을 권고한 바 있다.

대한민국도 늦게나마 동참하기로 했다. 지난 7월 9일 무역진흥 확대회의에서 대통령의 벤처 진흥책 발표에 기업가정신 의무교육 선언이 포함됐다. 이러한 역사적 선언에 대해 오직 하나의 언론을 제외하고는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 언론이 보도하지 않으니, 국민들은 알 도리가 없다. 천신만고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대통령 발표에 포함된 혁신 국가로 가는 거대한 발걸음이 언론에 주목받지 못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한국의 기업가정신 교육 인식의 민낯이 아닌가 한다.

창조경제연구회에서는 기업가정신 의무교육에 대한 보고서와 공개 포럼을 2013년 12월 개최한 후 국회와 각종 정책 세미나 등을 통해 방과후 교육과 자유학기제에 반영하는 데 원론적 동의를 구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부딪친 가장 큰 애로 사항은 교육 현장에서의 반발이었다. 기업가정신은 ‘천한 장사꾼’ 교육인데, 어찌 신성한 학교에서 이를 가르치느냐 하는 논리였다. 고귀한 선생님들은 누가 국가의 부를 창출하느냐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돈을 번 부자는 누군가의 부를 가져간 것이므로 비판의 대상이지 존경의 대상은 아니라는 것이 한국 교육 현장 다수의 정서다. 한국의 성장이 한계에 부딪친 근본적인 원인은 기업가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기업인 호감도가 가장 낮은 국가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자녀들의 직업 선호도에서 공무원 1위, 교사가 2위인 유일한 OECD 국가다. 창조경제를 이끌 전사들은 기업가들인데, 정작 세계 최고였던 기업가정신은 바닥으로 급전직하한 것이다.

기업가정신의 의미를 되짚어 보자. 2000년 이후 전 세계의 일자리는 기업가정신에 기반한 창업에서 만들어졌다. 혁신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분배하는 것이 바로 기업가정신이다. 이제 한국의 미래는 기업가정신을 가진 청년들의 활약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청년 일자리는 청년이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업가가 기업가정신 교육으로 꽃피울 수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도 많다. 연애학을 가르친다고 연애를 잘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하는 논리의 연장이다. 그런데 미국의 애리조나 대학에서 13년간 추적 연구한 기업가정신 연구 결과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업가정신 교육을 받은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의 창업이 무려 3배 차이를 보인다는 결과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창업을 하지 않은 그룹에서도 기업가정신 교육을 받은 쪽이 연 수입이 27% 많고, 자산은 62%가 더 많더라는 것이었다. 이와 유사한 유럽의 실험에서는 취업률도 2배 높다는 결과를 얻었다. 결론은 명백하다. 창업을 하든 안 하든 기업가정신에 대해 교육을 하는 것이 국가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국가들이 기업가정신 교육을 중심으로 교육 혁신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다. 기업가정신은 ‘혁신의 리더십’이다. 혁신이 주도하는 세상이 되면서 기업가정신이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혁신을 통해 가치를 만들어 분배하면 윈윈(win-win)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혁신 없는 부는 양극화를, 혁신 없는 분배는 황폐화를 초래한다. 지속가능한 혁신은 가치창출과 가치분배의 선순환 리더십인 기업가정신으로 가능해진다. 기업가정신 교육은 장사꾼이 아니라 혁신가를 만드는 교육인 것이다. 기업가정신 교육은 윤리교육과 인성교육을 승화시킨다. 전 세계가 치열하게 추진하는 기업가정신 교육을 도외시하고 아무도 하지 않는 인성 교육을 주창하는 것은 한국을 갈라파고스화할 수가 있다.

기업가정신 의무교육은 창조경제의 마무리 투수가 될 것이다. 대통령의 소중한 선언이 조기 구현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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