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협상타결] 北오리발·전쟁협박에 극적타결까지… 협상 막전막후

입력 2015-08-25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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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고위급 접촉이 25일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험난한 여정이었다.

지뢰 및 포격 도발에 오리발을 내밀며 ‘전쟁’ 운운하는 발언으로 협박까지 일삼은 북한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양측은 이번 사태의 평화적 해결에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정부와 소식통 등에 따르면 남측 대표단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을 비롯해 북한이 자행한 역대 도발 사례를 차례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우리 측은 이달 4일 우리 장병 2명이 중상을 입은 서부전선 목함지뢰 폭발 사건은 주변 지형과 토질상 누군가 와서 지뢰를 묻었기에 발생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 명백함을 주장했다.

남측 수석대표인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은 현장 사진까지 들이밀며 “피해자 수가 1명이든, 2명이든, 10명이든 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북측의 도발로 우리 젊은이 2명의 인생이 비틀린 것을 국민은 용납하지 못한다”며 “북한은 이에 상응한 조치를 분명히 취해야 한다”고 했다.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도발에 대한 사과를 요구한 셈이다.

그러나 북측 대표단은 “남측이 그렇게 주장할 뿐 우리는 잘 모르는 일”이라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협상은 전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였지만 이때는 (우리 대표단이) 흥분하면서 어떻게 우리 국민 두 사람이 다친 것을 그리 간단히 말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 대표단은 목함지뢰 사건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으면 다음 이야기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대처했다”고도 했다.

김 실장은 지난 20일 발생한 북한군의 포격 도발과 관련해서도 아군탐지장비의 성능이 얼마나 뛰어난지 설명하며 발뺌하려는 북측 대표단을 추궁했다고 한다.

대표단 관계자는 “북한군의 소행이 명확한 이유와, 우리 측의 대응사격 취지, 또 도발이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김 안보실장이 ‘내가 전군을 지휘했던 사람이다’는 발언까지 수차례 하면서 우리 입장을 강력히 전달했다”고 했다.

북측은 한미합동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중단을 구체적으로 요구하진 않았지만 “남한도 확성기 방송 등 적대적 행위를 하는데 왜 자꾸 모든 잘못이 우리에게 있다고 하느냐”고 항변하기도 했다.

북측 대표단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도 한두 차례 언급했으나, 이번 접촉에서는 남북 대화채널 복구 등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취지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되진 않았다.

정부는 일단 남북 간 대화가 재개되면 금강산 관광 재개 여부를 충분히 논의할 의사가 있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24일 오전 북한이 사실상 사과의 형태로 무력도발에 유감을 표하고 한국은 대북 심리전을 중단한다는 방식으로 절충점에 도달했으나,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의 최종 재가를 받는 과정에서 또다시 시간이 소요되며 진통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협상 현장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일련의 과정을 직접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 대표인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대남비서 역시 김 제1위원장의 인편으로 실시간 지시를 받았다. 이들은 24일 새벽 이와 관련해 우리 측에 차량 준비를 요구하기도 했다.

북측은 특히 인민군 서열 1위인 황 총정치국장이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 온 사실에 큰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은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군사대치가 진행 중인 판문점의 남측 지역에 왔다는 것 자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남측이 잘 이해해야 하지 않느냐. 자신들은 굉장히 큰 결심을 갖고 문제를 풀기 위해 여기까지 왔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양측은 목함지뢰에 대한 북측의 유감 표명 문제와 관련해선 비교적 초반에 타결점을 찾았지만, 재발방지 보장 방안과 관련한 이견 때문에 상당 시간 기싸움을 벌여야만 했다.

이번 협상 과정에서 5·24 조치 해제나 북핵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고 정부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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