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조치로 인한 피해에 대해 국가의 책임이 없다고 본 대법원 판결을 취소해달라는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4일 유신 시절 긴급조치 발령이 국가의 불법행위가 아니라고 본 민사 판결에 대해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을 청구인으로 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백 소장은 긴급조치 피해자로, 국가배상 소송을 냈다가 지난달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받았다.
현행 헌법재판소법상 법원 판결은 헌법재판소가 위헌여부를 심사할 수 없다. 다만 헌재는 위헌 결정이 난 법률을 적용한 판결은 예외적으로 헌법소원 대상이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민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소원이 된 대법원 판결은 헌재가 2013년 긴급조치를 위헌이라고 결정한 취지에 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헌재가 위헌으로 결정한 내용을 판결에 적용했기 때문에 헌법소원이 가능하다는 게 민변의 입장이다.
대법원은 올 3월 최모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이므로 대통령의 이런 권력행사가 국민 개개인에 대해 민사상 불법 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며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렸다.
앞서 헌재는 2013년 3월 "대통령 긴급조치 1호와 2호, 국가안전과 공공질서 수호를 위한 대통령 긴급조치(긴급조치 9호)는 모두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