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를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공포에 떨게 했던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20일(현지시간) 조기 총선을 위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날 치프라스 총리는 국영방송 ERT를 통해 생중계된 연설에서 “지난 1월25일 국민으로부터 받은 권한이 한계에 달했으며 이제 그리스 국민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과 시리자(급진좌파연합) 정부는 프로코피스 파블로풀로스 그리스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시리자 대표인 치프라스 총리는 올 1월25일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두며 집권했다. 그러나 제3차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 진행 과정에서 시리자가 분열되자 당내 구심점 회복을 위해 사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리스 관영 ANA 통신은 “치프라스 총리가 파블로풀로스 대통령에게 오는 9월20일을 조기 총선 날짜로 결정해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집권당인 시리자 정부가 물러남에 따라 오는 24일에 선거를 위한 과도정부가 구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스 최연소 총리로 취임한 치프라스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트러블 메이커로 낙인이 찍혔다. 그는 그리스 재정위기에 따른 유로존과의 협상 테이블 및 국정에서 잦은 돌발행동으로 세계를 당혹케 했다.
이날 사의 표명에 따라 치프라스는 7개월 만에 총리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그러나 지난달 여론조사에서 시리자의 지지율이 40%대로 2위인 신민주당보다 20%포인트가량 앞서 치프라스 총리가 재집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전문가들은 그리스가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를 통해 3차 구제금융 지원 방안을 마무리하고 받는 첫 분할금으로 유럽중앙은행(ECB)에 부채를 상환하면 치프라스 총리가 신임투표나 조기총선을 제안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지난달 13일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치프라스 총리가 국제채권단이 요구한 긴축정책 요구 등을 수용하면서 당내 강경파 의원들의 반발을 얻었기 때문. 그리스 의회가 실시한 3차 구제금융 합의안 관련 표결에서도 시리자 의원 149명 가운데 43명(반대 32명, 기권 11명)이 이탈해 연정 붕괴가 예고되기도 했다.
그리스는 ESM을 통해 3년간 860억 유로(약 113조9147억원) 규모의 지원 방안을 마무리했고 19일 유로존의 공식 승인을 거쳐 이날 첫 분할금 260억 유로 가운데 130억 유로를 받아 ECB 채무 32억 유로를 상환했다.
하지만 향후 그리스 은행 자본강화, 국제채권단과 약속한 개혁안 시행 등 그리스 정부의 과제는 산적해있다.